기업은행, 운영리스크 관리 3박자 '완벽' KRI 95% 전산화…운영리스크가 실적평가 좌지우지
이 기사는 2011년 04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영리스크 관리라고 하면, 리스크 측정에 매몰되기 쉬운데 기업은행은 소프트웨어가 정말 훌륭하다."
금융회사에 있어 운영리스크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사고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돌이키기 어려운 평판손상까지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운영리스크 관리는 무척 까다롭다. 리스크를 측정하고 계량화하는 작업이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은행권의 운영리스크 관리도 이런 함정에 빠져 현장과 호흡하지 못했다.
'더벨 리스크매니저어워즈'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기업은행은 달랐다. 리스크 측정과 계량화에 6년 이상을 투입했고, 운영리스크 관리를 영업 현장과 접목시켰다. 특히 경영진은 물론이고 전 직원이 운영리스크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해, 운영리스크 관리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킨 점은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6년만에 KRI 100→246개…전산화 비율 95%
운영리스크는 직원의 고의나 과실, 업무처리 체계 미비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말한다. 시장리스크나 신용리스크와 달리 금융회사의 전 영역에 걸친 업무와 광범위하게 연관돼 있다. 반면, 사람이나 업무처리 프로세스와 관련돼 있어 계량화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산화 정도도 다른 리스크 관리 체계에 비해 떨어진다.
기업은행이 구축한 핵심 운영리스크지표(KRI·Key Risk Indicator)의 전산화 비율은 94.3%에 달한다. 246개 지표 중 232개 지표의 계량화와 전산화를 완료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KRI 평균 전산화 비율은 50~60%에 그친다. 전산화 비율 2위 은행(8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KRI란 당발송금 취소건수, 수출환어음 하자매입 내역 등 업무 처리 절차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오류를 점검하는 주요 지표들을 말한다. 특정 지표가 증가하면 운영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인식된다.
KRI의 계량화와 전산화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일정 수준을 넘기기 힘들다. 본점과 일선 영업점의 협조 없이 전 부분에 걸친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알고 전산화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크에 대해 지적 받기를 꺼리는 타 부서 직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가장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다.
2005년 기업은행이 운영리스크 관리 체계를 처음 가동할 당시만 해도 KRI 수는 100개 정도에 불과했다. 전산화 수준도 그리 높지 않았다. 6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 운영리스크관리를 성과평가에 반영하다
수익부서 및 영업점 직원들의 반발을 해결하고 자발적인 리스크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리스크관리 본부 직원들은 우선 KRI를 성과평가에 반영하도록 유도했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KRI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운영리스크는 성과평가 시에 대부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은 잘 한 영업점에 가산점을 주도록 했다.
또, 운영리스크 관리 척도가 영업점 평가 순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변별력을 부여했다. 경영실적 평가뿐만 아니라 포상이나 명품지점 선정 시에도 운영리스크 관리 수준을 반영했다.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거래가 감지되면 지점장과 팀장 등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SMS)를 전송하는 등 영업점 밖에서도 운영리스크 관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그 결과, 작년 10월 118건에 달했던 당발송금 취소건수는 같은 해 12월에 2건으로 98% 이상 줄었다. 본점 시스템(BPR)로 집중되지 않는 서류는 작년 11월 5364 건에서 2807 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성과평가에 운영리스크를 반영하면서, 운영리스크를 반영하기 이전에 2위였던 지점이 운영리스크 관리를 잘 한 덕분에 1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강여경 리스크총괄부 운영리스크 팀장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담당자에게 실시간 SMS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금융회사들이 놀란다"면서 "95%에 달하는 KRI 전산화 비율의 숨겨진 비밀이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 운영리스크관리의 필요충분조건
하지만 좋은 시스템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경영진과 직원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스템 구축 이후에도 문화 조성을 위한 리스크관리 본부의 노력은 이어졌다. 특히, 운영리스크 관리 우수사례 모집은 리스크관리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례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우대하기 시작하면서 참여 지점 수가 22개에서 227개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 내 운영리스크 시스템 접속자 수도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접수된 우수사례는 리스크관리 문화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다른 지점이 벤치마킹할 대상이 됐다. 리스크 감축 및 우수직원 자체 포상, 운영리스크의 날 지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스크관리 문화가 은행의 핵심 가치가 되면서 직원 대상 리스크관리 교육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신임 지점장 발령 전 6개월 간의 교육 과정에 운영리스크 부문이 포함됐다.
친근한 문화 정착을 위해 리스크관리 소식지도 발간하기 시작했다. 경영전략회의 등 주요 경영진 회의에서 리스크 관리 이슈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등 리스크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도도 크게 높아졌다.
강 팀장은 "리스크관리 본부는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고객만족도평가(CS평가)에서 작년 최상위로 평가 받았다"면서 "리스크관리 본부의 노력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리스크관리에 대한 전체 직원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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