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혈투끝 '주채무계열' 첫 제외 은행권 '여신제재'로 회사채 늘린 덕..재무약정 아킬레스건 사라질 듯
이 기사는 2011년 04월 06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선정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약 2년전부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던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재무약정) 요구를 최소한 올해는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1년도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이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주채무계열 제도란 대기업에 대한 편중 과다 여신을 억제하고 거액 여신을 보유한 기업집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제도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채권단의 재무위험평가를 받아야 하고 부실 징후가 있을 경우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따라서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채권단의 재무위험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채권단과 재무약정을 체결할 이유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현대그룹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배경은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2010년도 주채무계열 선정 때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2조1746억원을 기록해 당시 기준선(1조3946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선정됐다. 그 이전 해에도 매년 기준보다 많았다.
올해는 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 전체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약 1조3000억원을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선정 당시와 비교하면 약 9000억원 이상 신용공여액이 감소한 것이다.
현대그룹의 신용공여액이 줄어든 대표적인 이유는 지난해 은행권과 소송까지 가는 갈등을 벌이면서 국내 은행을 통한 차입이 막혔던 게 되레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현대그룹은 지난해는 부실 징후 기업 판정을 받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요구받았으나 이에 반발해 체결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은 업종 상황을 무시하고 특정 기간에 편중된 채권단의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구하는 강수를 뒀다.
양측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대해 '은행권 공동 여신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고, 현대그룹은 다시 이에 반발해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마침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으나 국내 은행권의 차입은 여전히 막혀 있었다. 공동 제재보다 개별 은행 단독의 '암묵적 여신 중단'은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현대그룹은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또 일부 은행의 여신을 꾸준히 상환해 왔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해 놓았던 여신을 상환한 것도 신용공여액 감소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권 차입이 어려워졌던 게 되레 주채무계열 제외라는 낭보를 가져온 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노력의 결과"라며 "자본 증대와 부채 줄이기는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심은 현대그룹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만큼 올해는 은행권의 재무약정 체결 요구를 받지 않을지 여부다. 일단 받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만큼 재무위험평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한다. 비록 올해는 재무위험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채권단이 지난해 평가 결과를 준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재무약정 체결 요구에 반발하는 기업들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아도 됐다는 예외 사례를 만든 것이므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함구한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고 실적도 나아지고 있어 채권단이 계속해서 밀어부칠 명분도 약한게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채무계열 제외를 계기로 양측은 재무약정 문제가 이 정도 선에서 묻히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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