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4월 27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즉필생(死則必生)이라고 했던가.
"이미 죽을 마음을 한번 먹어서 그런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공격적이네요"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과 막판 협상을 하고 있는 대주단 관계자의 말이다. 법정관리 철회 조건으로 제시하는 요구가 점차 대담해지고 공격적이라는 뜻이다.
예상치 못한 법정관리 신청에 화들짝 놀란 대주단이 칼자루를 삼부에게 내어 주면서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론(loan) 대주단의 수장인 우리은행은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스(PF) 만기 연장과 더불어 7000억원에 달하는 대출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동양건설산업과의 중첩보증 문제도 중의적인 문구로 어물쩡 넘어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후순위 투자자들(ABCP)과의 협상에서는 문제가 좀 생기고 있다. 대략 1000억원의 ABCP는 상환하겠다고 하나 나머지 절반은 동양건설의 몫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부는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동양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삼부토건이 그 ABCP를 책임진다는 '중첩보증'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뜻이다.
중첩보증 약속을 믿은 ABCP 투자자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기존 계약도 안 지키려 하고 이 참에 아예 중첩보증 조항을 없애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의 중첩보증으로 이뤄진 김포 풍무 PF에서는 삼부토건이 기존 계약대로 한화건설에 모두 부담을 지웠다. 중첩보증이라는 같은 조건의 금융계약을 놓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ABCP 투자자들의 불만을 더 키우고 있다.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법정관리로 가면 투자 자금의 절반도 못 건질 수 있으니 이 정도에 만족하고 중첩보증 조항 삭제에 동의하라'는 것이다. 이미 선순위 대출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야하는 은행도 가세해 투자자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후순위 투자자들은 결국 담보도 없는 동양건설 보증 PF를 만기 연장해주고 삼부토건의 중첩보증 조항 삭제라는 최악의 결과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PF 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사업 토지 담보권도 삼부와 동양 각각 분리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BCP 투자자들 상당수가 삼부와 우리은행의 논리에 어느 정도 따르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단 절반이라도 건져야겠다는 절박함의 발로일 것이다.
결국 삼부의 승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법정관리 신청 초기와는 달리 삼부의 요구가 거의 수용됐다. 금융당국과 일부 정치권 개입설까지 제기되면서 살려낼 수밖에 없다는 노출된 '패'가 삼부의 가장 큰 무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삼부의 승리 이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금융계약 불이행에 대한 전례를 남겼다는 점은 향후 금융시장 재진입을 불가능하게 만들 지도 모른다. 금융시장은 위기가 닥치면 트라우마를 항상 잘 기억해낸다.
또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삼부토건발 PF 시장 대란은 전체 부동산 시장을 옥죄어 다시 삼부와 금융권을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성공에 거의 다다른 듯한 삼부의 도박이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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