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위기의 늪에 빠져든 해운업계

문병선 기자공개 2011-04-29 11:10:23

이 기사는 2011년 04월 29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류 가격이 톤당 660달러까지 올랐다. 700달러를 넘으면 버틸 해운사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소 해운사에서 기획을 담당하는 부장이 건넨 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정책의 관심이 온통 건설사에 쏠려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 한켠에서는 해운사의 위기도 찾아들고 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불황을 버티지 못하는 해운사는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 그 자리를 새로운 기업이 메우는 것은 경제 활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여개사가 폐업 등으로 협회를 탈퇴했으나 또 신규로 가입한 회원사 수도 비슷한 규모다. 진입과 퇴출로만 봐서는 '위기'라고 보기 어려운데 왜 '위기'라고 하는가.

지금의 위기는 '금융위기' 때처럼 세계 경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불황에 빠져드는 위기가 아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경각하지 못하는 사이 야금 야금 유가가 오르면서 조금씩 목을 죄어오는 위기다. 그래서 위기라고 하기엔 충격이 부족하고 파장도 적어 위기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 구조적으로 해결이 안되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위기를 느끼는 측의 위기감이다.

대형 해운사인 현대상선의 1분기 실적은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다.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에 1조74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와 비슷한 실적을 보였으나 영업손익은 241억원의 적자였다. 똑같은 비수기인데 지난해 1분기엔 62억원 흑자였고 올해는 적자다. 적자폭도 확대됐다. 이유는 '유가'다.

대형 해운사 한 관계자는 "연료비의 문제"라며 "유가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대상선과 더불어 업계 1위인 한진해운도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해운사 관계자는 "성수기에 접어든다해서 나아질 구조가 아닐 수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사 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로 파악된다. 벌크선운임지수(BDI)가 2500포인트는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던 이 지수는 최근 1300포인트도 붕괴됐다. 연료비는 날마다 오르지만 운임은 날마다 떨어지는 셈이다.

벌크선에만 국한된 위기가 아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삼호해운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호황기때 1억5000만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수지를 맞추려면 용선료가 6만달러는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용선료는 3만달러 부근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비용도 맞출수가 없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물동량은 어느 정도 받쳐주는 듯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신조선이 워낙 많아지는 바람에 공급에 밀려 운임이 오르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힘들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부실 PF 정리에 쏠려 있다. 예컨대 정부는 올해 5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편성했다. 이 중 4조5000억원을 PF채권을 매입하고 5000억원을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선박펀드에 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배정했던 5000억원을 PF 채권 매입 대금으로 돌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해운사, 조선사의 위기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던 금융당국의 관련 부서는 건설사 부실 처리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해운사 어려움은 올해 들어 끝난 것으로 봤던 게 사실"이라며 "해운사 모니터링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코 앞에 닥칠 때면 늦다는게 해운업계의 지적이다. 규모가 꽤 큰 해운사의 자금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