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억 국민연금PEF, 운용사 불꽃 경쟁 예고 타기관 줄줄이 출자 연기…결국 해외 딜소싱 능력에서 판가름날 듯
이 기사는 2011년 05월 25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벤처캐피탈 및 사모투자펀드(PEF)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국민연금이 출자계획을 발표한 총 9000억 규모의 ‘팬아시아(Pan-Asia) 펀드’다. 국민연금이 최대 70%를 지원하며 나머지 금액은 국내외 투자 기관에서 조달하는 구조다.
특히 다른 기관들이 줄줄이 기존 출자 일정을 연기하면서 국민연금 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기대감은 여느 때보다 높아진 모습이다.
5월 예정이던 한국IT펀드(KIF)의 출자계획이 무기한 연기됐으며 정책금융공사 역시 당초 4월에서 상반기까지로 모집 공고 일정을 늦췄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큰손'들의 하반기 자금 집행 가능성도 희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출자 주체가 LP업계 맏형격인 국민연금이라는 점에서 일단 '선정되고 보자'라는 마음가짐일 것"이라며 “국민연금 운용사로 인정을 받을 경우 다른 기관에서 자금을 받는 데도 커다란 메리트로 작용하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펀드는 아시아권 국가에 45%한도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해외 투자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업계에선 이번 딜이 벤처투자의 국내 쏠림현상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사실 팬아시아 펀드의 관리보수율은 1.5%(출자 규모 500억~1000억원일 경우)정도로 출자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수익성을 기대하기 보다는 국민연금 운용사로서 트렉레코드를 쌓기 위한 목적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 선정에는 벤처캐피탈, PEF는 물론이고 국내 증권사 PE부서, 자산운용사 등에서도 적극 나설 기세다. 여기에 H&Q, 보고펀드 등 그동안 수시 출자를 받아왔던 PEF들까지 참여가 예상되면서 경쟁률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제안서 제출을 준비중인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해외 투자 네트워크를 가진 운용사와 공동 GP로 나서는 방안을 협의중"이라며 “대다수 운용사들이 이 같은 컨소시엄 구축을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 펀드(그로쓰캐피탈) 운용사로 선정된 대형사 11곳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할 거라는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이 투자 잔액 기준으로 기존 펀드 약정금액의 60%이상 소진하지 못한 곳은 신규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틱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IBK캐피탈 등이 이같은 이유로 운용사 선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책금융공사 PEF자금을 받은 곳 가운데 일부도 투자업무로 인해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중형급 운용사간 치열한 경쟁이 점쳐지는 모습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매칭 자금 용도의 투자 확약서를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에서 미리 받아 제출 준비를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며 "운용사별 재무유동성 비율이 선정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고 이후 제안서 제출까지 2주 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점은 운용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결국 그동안 꾸준히 해외 딜 발굴에 주력해 왔던 운용사가 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00여개가 넘는 벤처캐피탈 가운데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곳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엠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오는 26일까지 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제출을 마감할 계획이다. 이후 현장실사 및 선정위원회를 거쳐 내달 10일 8개 운용사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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