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사 조달규제' 유명무실 될라 자기자본 대비 카드채 발행 배수, 2배 밑돌아…"실효성 떨어져"
이 기사는 2011년 06월 02일 1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카드사 자금조달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제의 핵심은 카드사의 주요 조달수단인 카드채 발행한도를 법적으로 줄여 카드대출을 억제하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카드사의 발행 규모가 한도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데다 자기자본비율이 25%를 웃도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 카드업계, 자기자본 대비 카드채 발행 1.62배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일 "카드업계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카드사의 자금조달 규제 관련 여러 의견을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카드사가 자기자본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도로 카드채를 발행할 수 있다. 배수 한도를 상법과 유사한 4~5배 수준으로 낮추면 카드사의 영업규모가 축소되고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완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성숙기에 접어든 카드채 시장과 카드사의 조달 현황에 비춰봤을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 "조달 포트폴리오 악화" 역효과 우려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업계 단순자기자본비율은 27.72%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8.53%에 이른다. 전체 자산의 4분의1이상이 자기자본으로 이뤄졌단 의미다. 총 카드채 발행 규모는 자기자본의 1.62배에 그치고 있다.
전업 카드사는 대개 자기자본(지난해 말 기준)의 두 배 안팎으로 카드채를 발행하고 있다. 삼성카드 0.68배, 신한카드 1.98배, 롯데카드 2.59배, 하나SK카드 2.77배 등이다. 현대카드 정도가 3.21배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 규제로 자산 축소 효과를 내려면 한도 배수를 2배 이하로 제한해야 하는데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에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부분 카드사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비중이 15% 미만이라 카드채 발행을 줄이더라도 ABS 발행을 확대하거나 금융권 단기차입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업계 단기차입금 비중은 11.80%, 유동화 비중은 14.02%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업계 평균 수준까지 배수 한도를 낮춰도 상위권 카드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며 "정책의 실효성 보다 경고 차원의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카드사가 카드채 발행을 줄이고 다른 조달 수단을 찾게 되면 기존의 안정적인 조달 포트폴리오가 나빠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대업무 비중 상한 등을 낮추는 게 과당경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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