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6월 15일 08: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집단이 출자해 설립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회사(GP)가 분리 독립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PEF가 대기업 집단의 문어발식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법이 일정한 운용 규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사례여서 유사한 케이스가 뒤이을 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진그룹 계열 유진자산운용에서 PEF 등 대체투자 사업부를 이끌어 오던 인력 상당수가 나와 독립 PEF 운용회사를 설립했다.

도미누스 인베스트먼트(Dominus Investment)란 상호로 설립된 이 투자회사는 유진자산운용이 운용해오던 '엔브이에쿼티펀드1호PEF'의 업무집행사원(GP) 자격을 양수했다.

엔브이에쿼티PEF는 지난 2008년 유진자산운용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연기금들과 다수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자 약정을 받아 약 2300억원 규모로 설립된 블라인드 펀드다.

도미누스의 주요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유진자산운용에서 PEF본부를 이끌어오던 정도현(37세) 씨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 투자 분야에 관한 한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소유한 전문가다. 그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 출신에 도이체방크(New York),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론스타어드바이저스코리아 등을 거쳤다.

2008년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펀드의 키맨(Key man)으로서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에 전력해 온 모습이 투자자들에게 '강직하고 성실한 에이전트'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진그룹 아래 속해 있던 엔브이에쿼티PEF가 도미누스를 통해 그룹 밖으로 독립해 나온 것은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 5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PEF는 그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대기업이 PEF 등 금융회사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이다.

유진그룹의 경우 최근 그룹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지난 4월 1일부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됐다. 유진자산운용 산하인 엔브이에쿼티 PEF 역시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율에 따라 4월 1일부로 경영권 인수(Buyout) 딜은 물론 투자 대상기업 지분 30% 이상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됐다.

도미누스의 독립은 유진 그룹의 결단없이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유진그룹이 상호출자제한집단 편입으로 PEF 운용상의 제약이 현실화됐다손 치더라도 영역 확대에 대한 욕구와 관성이 점령해 있는 국내 재벌 기업 문화 속에서 휘하의 한 사업 영역을 밖으로 내보내는 결정이 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정에 처한 PE 운용사가 유진자산운용만도 아니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 집단 계열사가 GP 역할을 하는 PEF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도미누스 경우를 제외하면 그룹에서 PEF가 분리 독립한 사례는 아직 없다. 국내 PEF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PEF 독립 문제는 국내 PEF업계에 드러나 있지 않던 이슈 중 하나"라며 "이번 도미누스 독립이 향후 업계 재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