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7월 12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업계가 뒤숭숭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금융당국의 규제대책에 영업마저 마비될 지경이다.
올 들어서만 불법모집 단속,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카드발급 전수 조사 등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급기야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와 외형확대에 대한 총량 규제까지 나왔다.
카드사들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만을 위한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금융당국과 신한카드의 '사전교감설'까지 제기했다. 얼토당토 않은 억측 같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참석한 여신금융협회 주최 워크샵. 이 자리에서 신한카드는 카드사 자체적으로 업계 과당경쟁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잠재 리스크를 막기 위해 감독기관의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마케팅 과열을 반영하는 지표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카드사의 공격적인 신규카드 발급정책과 모집조직 확대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오비이락일까. 불과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아 금융당국은 각종 카드사 규제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카드발급과 대출자산 증가 등 외형확대 경쟁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한카드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신한카드의 위기의식에도 눈길이 쏠린다. 성숙기 시장에 진입한 카드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치열해진 마케팅 경쟁은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신한카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회원모집 등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기타경비 비중은 늘어만 가고 있다. 기타경비/총채권(관리자산 기준) 비율은 2007년 8.8%, 2008년 10.7%, 2009년 10.8%, 2010년 11.6%를 나타냈다. 2007년 9.8%에 달하던 총채권순이익률은 지난해 말 5.8%로 떨어졌다.
겸영 은행의 분사와 2위권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은 신한카드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2006년 23.7%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총이용실적 기준)은 2007년 23.1%, 2008년 말 21.1%, 2009년 말 20.6%로 하락세다. 지난해 말 21.7%로 소폭 만회했지만 더 이상 우상향 곡선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KB국민카드가 출범했을 때 가장 긴장한 곳도 신한카드다. 겸영 은행의 보수성에서 벗어나면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활동은 당연한 수순이다. 자동차 캡티브(Capitve) 시장 중심의 현대카드, 고객군이 다른 삼성카드에 비해 신한카드는 KB국민카드와 맞부딪치는 게 많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업계 성장이 제한되면 신한카드로선 나쁠 게 없다. 현재 자산규모와 시장점유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드업계 외형경쟁은 자의 보단 타의에 의해 오랜 기간 지속됐다. 전문가들도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더 이상의 외형확대가 신한카드에 유리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과잉규제·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후발 카드사는 외형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인과관계야 알 수 없지만 신한카드가 카드사 규제강화의 최대 수혜자란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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