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조준하는 과녁 한솔CSN 통해 새로운 지배구조 준비..'경영권 안정' 의미있는 진전
이 기사는 2011년 08월 12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이 그룹내 물류회사인 '한솔CSN'을 활용해 슬슬 새로운 지배구조를 준비중인 모양이다.
취약한 오너의 지분율 때문에 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지적받던 한솔그룹은 최근 부쩍 잦아진 핵심 계열사간 지분 변동에 대해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지만 아닌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는다.
삼성SDS가 물류 사업을 강화할 당시에도 SDS 내부 임직원들 간에는 이미 회사를 활용한 오너가의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가 나돌았었다. 이번에도 시장에서는 한솔그룹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한달에 걸쳐 나타난 네 번의 변화는 하나의 꼭지점을 향해 한솔 오너 일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약 한달 전 한솔CSN은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솔제지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한솔그룹 핵심 관계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생긴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곧이 곧 대로 믿기 어려웠다. 한솔제지 주가는 7000~8000원대로 떨어진 적이 지난 10여년동안 이번 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불안 지적에 맞서서도 아랑곳 않던 한솔CSN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한솔제지 지분을 늘려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오너 일가의 행적에 무언가 변화의 동인이 생겼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불러 일으킬 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 회장의 부친 조운해 씨는 7월말 조 회장에게 본인 보유 한솔제지 지분 0.1% 가량을 증여했다. 이 역시 1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의미있는 변화다. 조 회장의 큰 형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은 이어 이달 초 그의 몫으로 알려진 한솔케미칼 지분을 부인과 함께 추가로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하루 전(10일) 조 회장은 한솔CSN의 주식 100만주(약 2%)를 장내매수했다고 밝혔다.
의미 부여를 경계하던 한솔그룹 관계자도 "조 회장이 CSN 지분을 매입한다면 의미가 달라진다. 지배구조에 힘을 주려는 듯 하다"고 다른 말을 했다.
그림을 그려보면 거의 확실하게도 조 회장은 한솔제지에 대한 지분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솔CSN을 새로운 그룹 지배구도의 정점으로 활용하려는 듯한 인상이다.
사실 한솔제지와 한솔CSN은 그룹 순환출자를 지탱해주는 네 곳의 회사(한솔CSN, 한솔제지, 한솔라이팅, 한솔EME) 중 가장 중요한 기업이다. 제지는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CSN은 제지의 최대주주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의 지분이 적어 경영권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먼저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강화한다는 것은 한솔그룹의 '경영권 안정' 측면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이다.
한국기업평가 등은 신용위험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불안 요인을 잠재적 위험 사항으로 거론하곤 했다. 단순 계산으로 약 133억여원만 있으면 한솔CSN 지분 20%를 확보할 수 있고 한솔CSN을 통해 4조원에 달하는 한솔그룹 자산을 손아귀에 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솔CSN을 활용한 새로운 지배구조가 구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솔CSN은 그룹 내 물류 뿐 아니라 약 3년 전부터 제3자물류(3PL)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 중이다. 메디슨과 삼성정밀화학의 3PL 컨설팅을 맡아 그룹 내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업군으로 꼽힌다. 조 회장은 이런 한솔CSN을 선택했고 지분을 늘려 갈수록 현금 동원력을 쌓을 수 있다. 동시에 그룹 장악력도 배가된다.
다만 문제는 다수의 재벌 오너들이 그렇듯이 한솔그룹 역시 '순환출자'라는 큰 지배구조의 틀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배구조에서는 각 계열사들이 오너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비용을 추가로 치르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100% 의미있는 진전으로만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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