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에 몰린 중기중앙회, 최종 선택은? 제4이통사 주주구성 난항→사업신청 연기...중소기업 볼모로 사업진행 논란
이 기사는 2011년 09월 09일 0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4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선언한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법인설립을 위한 주주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말로 예정된 사업신청 일정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기중앙회는 직접출자가 아닌 중소기업들과의 특수목적법인(SPC) 공동 설립을 통해 그랜드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시장 일각에서는 비난의 여론이 생성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현재 제4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설립하는 SPC에 주주사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SPC의 자본금은 총 1500억원 규모로 중기중앙회의 출자규모는 100억~150억원 수준이다.
중기중앙회는 당초 회사설립에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직접출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참여 선언 직후 중소기업청 등이 대규모 자금출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면서 '직접출자'에서 'SPC설립'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변경된 구조는 이렇다. 자본금 6500억원 규모의 통신사가 설립되면 SPC(1500억원 규모)가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중기중앙회는 SPC에 100억원대의 자금출자해 최대주주로 등극, 이를 통해 통신사를 컨트롤 한다.
중기중앙회 측은 "당초 200~300개의 중소기업이 약 150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출자자 모집결과 2000여개 기업이 330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규모 출자가 필요없게 됐다"며 "더 많은 중소기업에게 참여기회를 주기 위해 SPC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직접출자와 SPC로의 출자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 SPC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이 이런 차이점들을 분명히 알고 이동통신사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중소기업들은 통신사의 주주가 아닌 통신사의 최대주주인 SPC의 주주가 되기 때문에 향후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단기간 투자회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 입장에서는 SPC를 설립하면 출자액을 최대한 낮추면서 통신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사실 유리한 점이 거의 없다"면서 "SPC의 주식가치 또한 통신사의 주식가치 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에서는 중기중앙회가 주주사로 확보했다고 밝힌 2000여개의 기업들이 실제로 자금을 출자할 가능성이 있는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의 참여업체들은 출자확약서가 아닌 법적구속력이 없는 출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은 신규 주주를 확보하고 이들로부터 양해각서(MOU) 또는 출자확약서 등 법적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확보하는데만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입했다.
중기중앙회는 SPC 이외에 은행권 등에서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고 10여곳의 대기업들을 주요주주사로 끌어들여 650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KMI에서 빠져나와 중기중앙회로 합류한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담당할 부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일반적인 대출이 아닌 새로운 법인설립에 자금을 출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대기업의 경우 신사업 의사결정에는 몇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가능하며 여기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중기중앙회가 이달 말까지 충분한 주주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다음달 초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연말 내로 법인을 설립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자체를 접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는 사업신청서 제출 시기를 8월초에서 말로, 9월초에서 말로 수차례 번복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면서 "출자확약서를 제출한 주주들을 끌어모아 65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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