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9월 23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에 나섰다.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감안한 듯 출자금 규모는 1조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운용사 선정에 있어서는 펀딩 외에도 투자 집행력을 검증하는 데 보다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출자금 규모가 작아진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국민연금(9000억), 정책금융공사 벤처펀드(3300억), 한국IT펀드(2755억) 등 총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펀드 조성에 투입되고 있다. 섣불리 대규모로 했다간 매칭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지난해 조성한 1호 펀드의 소진율이 당초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증권사PE를 무한책임사원(GP)으로 가진 펀드의 소진율이 여전히 저조했다. 정책금융공사는 1호 펀드의 투자기간이 충분히 남아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펀드 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호 PEF 역시 신성장동력 산업이 주된 투자 대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포함됐던 중견기업과 녹색금융이 영역에서 제외됐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났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 속하지 않는 기업을 말한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1호펀드의 경우 중견기업 영역에 소진율이 낮았다"며 "해당 분야에 딜소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이번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관리 보수 체계도 달라졌다. 지난해의 경우 투자기간 내에 약정총액 1%이하로 동일했다. 올해는 미투자잔액(0.8%이하)과 투자자산 잔액(1.3%이하)을 토대로 각 보수를 책정, 이를 합산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1년이 지났을 경우 지난해 규정을 적용하면 투자액과 상관없이 관리보수는 최대 10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규정대로라면 같은 기간 투자액이 100억원일 경우 관리보수는 8.5억원(투자잔액분 1.3억원+미투자잔액분 7.2억원)에 그친다.

반대로 투자액이 900억원일 경우 관리보수는 최대 12.5억원(투자잔액분 11.7억+미투자잔액분 0.8억)까지 늘어난다. 즉, 투자를 많이 집행한 운용사일수록 같은 규모 펀드라도 더 많은 관리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EF의 경우 벤처캐피탈에 비해 인건비도 많이 드는 만큼 경비 충당이 어렵다"며 “2호 펀드의 경우 보수 체계가 지난해보다 개선되길 원했지만 정책금융공사 측이 보다 엄격한 룰을 적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 측 역시 펀딩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잘하는 운용사 선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1호 펀드 조성 당시 허용했던 추가 증액방식(Multiple closing)은 이번에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의 경우 약정총액이 결성 제안액의 70% 이상이면 일단 1차 클로징을 허용하고 추가 펀딩이 가능했다. 이를 없앤 만큼 당장 파이프라인을 가동해 펀딩을 성사시킬 수 있는 대형 운용사가 보다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금융공사 측은 펀드에 참여하는 운용 인력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핵심 운용인력이 3인 이상이어야 하며, 투자경력은 적어도 3년(대표펀드매니저는 5년)이상 돼야 한다.

이 밖에 투자기간이 3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으며, GP출자비율 역시 펀드약정 총액 3% 이상에서 2% 이상으로 바뀌는 등 일부 중소형 운용사를 배려한 점도 엿보인다. 다만 2년내 주목적 투자대상에 대한 펀드 소진이 없을 경우 청산 요건이 될 수 있다.

한편 벤처캐피탈·PEF를 포함한 주요 운용사들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일 것으로 예상되는 펀딩 기회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1호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곳들은 다시 제안서를 낼 수 없지만 정책금융공사는 이 가운데 소진율 60%이상을 달성한 운용사에 대해서는 재차 기회를 줄 방침이다.

펀드 운용 제안서는 내달 17일까지 마감이다. 정책금융공사는 현장 실사 및 PT심사를 거쳐 11월초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