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현대증권 대규모 증자 참여 '딜레마' 해운경기 악화에 자금 비축 필요...증자 불참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4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증권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운경기 악화로 넉넉한 자금을 비축해야 될 시기에 적지않은 자금을 계열 증권사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이번 증자에 전액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지분율 하락을 막아야 하는 만큼 실권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자회사 대규모 증자 부담..."나도 힘든데..."
현대증권은 지난 18일 우선주 발행(70만주)을 통한 5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 등 대형 IB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 요건 3조원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감행키로 한 것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에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지분율 하락을 막기 위해 1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6월말 기준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4403만3676주(25.9%)를 보유중이다. 지분율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증자 참여분은 약 1540억원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 때문에 자금사정은 비교적 다른 해운사에 비해 나은 편이다. 상반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500억원으로 당장에 증자 참여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경기가 최악인데다 당분간 개선될 여지도 적은 상황에서 6500억원은 결코 많은 자금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신용평가사 해운업 담당자는 "리먼 사태로 힘들었던 지난 2008~2009년 해운사들은 해운시황 악화에 대비해 현금을 1조원 이상 확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이 좋지 못할 때는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적기 때문에 차입금 상환이나 운용리스료 등에 필요한 현금을 넉넉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진해운이 3000억원 규모(당초 4700억원이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규모가 줄어듦)의 증자를 진행하는 것도 업황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
현대상선의 자금 부담은 해운경기 악화나 계열사 지원 때문만도 아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맺은 파생계약에 따라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24.2%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케이프포춘, 넥스젠캐피탈, 대신증권, NH증권 등과 각각 파생계약을 맺었다.
파생계약의 내용은 대체로 현대상선 주가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이자는 지급하면서 하락할 경우에도 손실을 전액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대신 계약이 만료돼 주식을 팔아야 할 경우 현대그룹이 지정한 곳에 매각해야 한다는 단서는 있다.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할수록 그룹의 손실이 확대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 부양 조치가 필요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본업은 둘째 치고 경영권 방어, 계열사 지원 등에 들어가는 자금 비중이 너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증자 참여할까? 실권 가능성도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율이 25.9%로 높지 않아 대규모 증자에 불참할 경우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분쟁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현대상선의 낮은 지분율로 인해 수시로 증권업계의 M&A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율이 추가로 낮아질 경우 매각설 등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이번 증자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현대상선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일부만 참여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발생하는 실권주는 우호세력에게 넘기면 증자 참여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면서 지분율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 현대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실권주는 일반 공모하지 않는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사회 결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이 불참할 경우 실권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길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와 같이 현대상선이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면서 파생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증자 참여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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