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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코, 모태기업 '서진산업' 7년만에 되찾나 외환위기 후 외국계 매각…체력 비축해 최근 재인수 나서

윤동희 기자공개 2011-11-01 18:09:45

이 기사는 2011년 11월 01일 1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코(SECO)그룹이 모기업인 서진산업 되찾기에 나섰다. 오너인 배석두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서진산업을 외국계 펀드에 내줬지만 그동안 절치부심으로 체력을 쌓았고 7년 만에 가업의 모태를 재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img2.gif서진산업은 사실상 현 세코그룹의 전신이다. 1972년 6월에 설립돼 경기도 군포와 시화 등에 공장을 두고 2000년 초반까지 자동차 차체를 생산해 기아자동차에 납품해왔다. 1999년을 기준으로 매출액이 2805억원에 달하는 중대형 벤더였지만 그해 외환위기 등이 불거지면서 273억원의 손실을 내며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 외환위기 맞아 재무상태 악화…99년 지분 49% 매각, 단계적으로 지분 넘겨

배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금유치를 목적으로 해외 투자자와 합작을 모색했다. 실제 거래는 1999년 10월 미국계 타워오토모티브그룹(Tower Automotive Group)이 4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6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서진산업 지분 49%와 전환사채(CB, 225억원 규모)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진산업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손실을 메우고 시설투자를 확대해 경영개선에 나섰다. 타워오토모티브도 미국 교포 출신 기술담당 부사장과 재무담당 부사장을 투입해 경영을 도왔다.

그러나 자본유치 경험이 없는 서진산업이 맺은 합작계약은 결과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수준이었다. 타워그룹은 투자 총액 560억원 중 330억원 가량을 서진산업 지분 49%를 취득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대여금 형식(CB)으로 제공했다. 서진은 당초 경영권을 지키는 것에 만족하고 자금을 받았지만 1년 후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것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타워그룹은 실제로 CB 취득 1년 만에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경영참여 2년 만에 지분을 66%로 늘렸다. 서진산업은 이후 구조조정 목적으로 2002년 1월 모듈사업부문을 분할해 이화모듈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현대모비스에 18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펼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 04년 잔여지분 34% 처분…경영권 빼앗겨

결국 배 회장은 가업이라고 할 수 있던 서진산업 잔여 지분 34%를 타워그룹에 완전히 넘기기로 했다. 배 회장은 250억원을 받고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첫 투자금 560억원과 잔여 지분 매각금을 합하면 810억원에 뺏기게 된 셈이다.

타워그룹은 2004년 3월부터 서진산업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워그룹이 인수한 이후에도 서진산업의 경영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몇 년간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다 2009년에는 1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90년대 말까지 현대차그룹의 탑벤더로 성장한 성우하이텍이나 동희산업보다 매출규모가 컸지만 성장이 정체되고 이익률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모태 기업을 매각한 배 회장 일가의 사업은 오히려 발전을 거듭했다. 주력사업을 포기했지만 이후 자동차 핵심부품인 클러치와 캠샤프트 제조로 눈길을 돌렸다. 1990년 설립한 서진오토모티브를 통해 자동차용 클러치 및 동력전달 장치를 만들고, 서진캠(현대자동차 자산 양수 1999년 9월 설립)을 통해 캠샤프트 제조 사업을 늘렸다. 2003년에는 법정관리 상태이던 코모스(스티어링휠) 지분은 추가로 사들였다.

최근 현대기아차그룹은 서진오토모티브로부터 전체 클러치 필요량의 과반을 공급받고 있다. 세코그룹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카메이커로 성장한데 따른 수혜를 누려 모든 계열사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7년만에 5개 계열사 9000억 매출…심기일전 체력비축, 재인수 나서

서진산업의 주인이 바뀐 지 7년 만에 두 주인공의 신세는 완전히 역전됐다. 타워그룹은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계의 몰락에 동반해 지난 2006년 11월 파산을 신청했고 곧이어 사모투자펀드(PEF)인 서버러스캐피탈 매니지먼트에 팔렸다.

반면 서진산업을 매각한 세코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의 성장에 따라 5개 주력 계열사가 약 9000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탄탄한 중견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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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회장은 그동안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사세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일본계 프라코로부터 에코플라스틱과 그 자회사 아이아를 각각 155억원, 140억원에 인수했다. 올 9월에는 서진오토모티브와 신한제1호기업인수목적 (신한 SPAC)의 합병도 결정했다. 거래소 심사가 통과되는 대로 418억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배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진산업 예비입찰에도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부친 배창수 전 창업주가 기업을 일군 모태였던 서진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7년 만에 이를 되찾아오려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 인수전에는 몇몇 사모펀드가 참여했지만 전략적 투자자(SI)로는 세코그룹만한 대항마가 없어 세코그룹이 전초부터 승기를 잡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코그룹 측은 이번 인수전에 대해 "사업다각화 측면"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유동성 위기로 외국에 팔았던 모회사를 다시 찾아오려는 동기를 무시할 수 없다. 세코그룹이 인수전에 나선 까닭은 사업적인 동기 외에 지난 2007년 한라그룹이 만도를 되찾은 것처럼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수전의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본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코그룹이 이 인수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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