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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하이브2.0]K팝 '틀 깨는' 하이브, 멀티홈·멀티장르로 글로벌 공략③ 인프라 구축 완료, 미국·일본·라틴 공략 본격화…소비자 저변 확대로 성장 도모

이지혜 기자공개 2024-08-09 15:35:00

[편집자주]

'하이브2.0'이 베일을 벗었다. 하이브가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새로운 경영전략이다. 하이브2.0의 중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K팝이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걸을 일만 남은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과 각종 이슈로 땅에 떨어진 하이브의 평판 등을 되살려내야 한다. 이에 하이브는 최근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이브가 내놓은 청사진은 무엇일까. 더벨이 하이브의 전략과 속내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 K팝은 이제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 지금 구조로 간다면 성장하는 데 제한이 생길 거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말 열린 한 행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이브에서 ‘K팝 선두주자’라는 타이틀을 떼고 글로벌 음악기업과 전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K팝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한다면 성장엔진이 식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간 K팝과 한류를 주도했던 다른 엔터사와 확연히 다른 기조다.

하이브2.0의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은 이런 위기감에서 탄생했다. 미국, 일본, 라틴시장을 한국처럼 홈마켓으로 여기며 사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재상 하이브 CEO(최고의사결정책임자)가 전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 전략을 비중 있게 설명한 배경이다.

◇K팝 소비자로 부족, 저변 넓혀 지속 성장 도모

8일 하이브에 따르면 이 CEO가 취임 직후부터 멀티홈, 멀티장르(Multi-home, Multi-genre)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 CEO는 이달 1일 하이브의 새 수장에 선임됐다. 다만 공식 대표이사는 아니다.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치고 나면 하이브 대표이사에 정식 등재될 예정이다.

이 CEO는 전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은 하이브가 본사를 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라틴 시장을 각각 홈마켓으로 보고 투자, 현지사업을 육성한다는 개념”이라며 “글로벌 주류 음악시장에서 로컬 플레이어라는 각오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아니다. 개념을 경영전략으로 구체화했을 뿐이다. 예전부터 방 의장과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는 주주총회 등 공식석상에서 “일본에서 하이브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며 “K팝에서 벗어나 음악사업의 영역을 전반적으로 넓힐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이브가 K팝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이유는 소비자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K팝 소비자만 공략해 성장을 도모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K팝을 듣지 않는 이들도 하이브의 생태계에 유입시키겠다는 뜻이다.

◇커리어 맞춤형 서비스 제공, 미국 아티스트IP 확보 '박차'

하이브가 멀티홈으로 공략하는 시장은 일단 세 곳이다. 바로 미국, 일본, 멕시코 등 라틴이다. 그동안 하이브가 인수하거나 설립했던 해외기업이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을 위한 거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브는 미국에 인프라를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아메리카 레이블로 △빅머신레이블그룹 △하이브X게펜레코드 △QC뮤직 △SB(스쿠터 브라운)프로젝트를 뒀다. 하이브가 1조원을 넘게 들여 인수한 이타카홀딩스는 SB프로젝트 산하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미국에서 레이블서비스를 출범하고 현지에서 신인 아티스트를 데뷔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서 말하는 레이블 서비스는 전통적 매니지먼트사업과 하이브의 360비즈니스를 결합한 모델을 가리킨다. 단순 레코딩, 매니지먼트를 넘어 아티스트의 커리어 성장곡선에 맞춘 단계 별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더 많은 미국 아티스트IP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는 공백기나 휴식기에도 팬에게 잊혀지지 않고 계속 수익을 내기를 원하는데 그러러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역량과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며 “하이브는 지난 3년 동안 솔루션사업과 위버스 등으로 이런 역량을 길렀으며 덕분에 방탄소년단(BTS)의 공백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지역별 팬덤의 성향을 고려한 미국 아티스트도 배출한다. 캣츠아이가 대표적이다. 캣츠아이는 올 6월 데뷔한 미국 걸그룹인데 하이브가 게펜 레코드와 협업해 미국 팝 장르에 K팝 방법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다. 하이브는 캣츠아이 데뷔를 기점으로 미국에 트레이닝, 마케팅, 프로모션, A&R 등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본서도 선두 잡는다, 내년 라틴 아티스트 배출

하이브는 세계 2위 음악시장인 일본 인프라도 최근 재정비했다. 하이브는 ‘일본통’으로 알려진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하이브재팬 회장으로 신규 선임하며 일본사업에 힘을 실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K팝과 J팝 장르에서 하이브가 존재감을 동시에 키우는 게 목표”라며 “하이브가 일본 음악시장에서도 한국 못지않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재팬은 일본에서 9인조 보이그룹 &TEAM을 배출했는데 조만간 신인 일본 아티스트를 추가로 데뷔시킨다.

라틴음악 시장을 잡기 위해서도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멕시코에 거점을 둔 하이브라틴아메리카US(HYBE Latin America US Inc)를 필두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법인은 엑자일뮤직과 엑자일팟캐스트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하이브라틴아메리카가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데에는 수백억원이 들었다.

또 멕시코시티에 전용 스튜디오를 건설하는 한편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를 영입, 육성하고 있다. 내년부터 K팝 시스템을 도입해 해당 법인에서 첫 현지화 아티스트를 배출할 예정이다.

이남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새 경영전략에서 제시한 멀티홈, 멀티장르 전략은 중장기적이지만 음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가장 탄탄한 틀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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