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현대證 우선주 매각 배경은 매각 염두에 둔 실권주 인수설...자베즈 PEF 등 후보군
박상희 기자공개 2012-02-16 16:15:10
이 기사는 2012년 02월 16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우선주 발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 2개월 만에 일부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부진한 해운업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현대그룹의 반얀트리 호텔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사전에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매각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를 확보한 후 실권주를 인수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현대증권 우선주 1058만9000주를 블록세일 등의 형태로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매각 기한은 1년 이내로, 매각 사유는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우선주 매각 대금은 15일 종가 기준으로 961억원 규모다.
◇ 1조원 규모 차입금 도래 및 업황 부진으로 인한 운영자금 확보 차원
현대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 7000만주를 주당 8500원에 발행했다. 3년 후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고 발행가 대비 연 6.5%(주당 552원) 에 해당하는 현금 배당 권리도 붙었다. 보통주로 전환될 시점의 주가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금 배당 등을 감안한다면 기존 주주는 물론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현대상선이 3년 만기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가정할 경우 금리 비용은 현금 배당 등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덜한 구조이기도 했다.
또 종합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 요건인 3조원을 충족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현대증권은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발행했다. 우선주에 의결권도 부여했다.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지분 희석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지분 상당수를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자금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해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 확보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1년 말 기준 현대상선의 총 차입금은 약 6조원 수준으로,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1조10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회사채가 대략 650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량이다. 2011년 말 현대상선의 현금성 자산은 약 6500억원 가량으로 회사채 차환을 제외한 나머지 차입금은 현대상선 자체적으로 상환 가능한 수준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이달 초 회사채 발행을 통해 22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 불황 영향으로 용선료 등 지속적인 운영자금이 들어간다는 게 부담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금 흐름이 여의치 않을 것에 대비해 용선료 등 미리 운영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대그룹이 반얀트리 호텔 인수에 뛰어들면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반얀트리 호텔 M&A 자금은 대략 15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인수금융 구조 등은 미정인 상태다. 현대그룹은 자기자금으로 인수금액을 충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외부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인수자 자베즈 PEF 등 거론...완전 매각 아니라 '파킹' 형태 매각 예상
일각에선 현대상선이 실권주를 인수할 당시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제3의 투자자를 확보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 당시 구주주 청약을 통해 400만주만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률 저조로 실권주1058만9000주를 추가로 떠안았다.
인수 후보로는 지난해 현대증권 유상증자 참여로 주요 주주로 올라선 사모펀드(PEF) 자베즈제1호PEF(지분율 9.54%)와 NH투자증권(4.74%) 등이 거론된다. 특히 자베즈 PEF의 경우 실권주를 제3자 배정 형태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물량 확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들 기관은 현대상선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현대상선으로서는 우호세력에 지분을 매각하는 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분 매각 후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율이 20%로 떨어지는 만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점을 근거로 이번 거래가 완전 매각이 아니라 '파킹'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수자가 현금 배당 등의 이익을 취하는 대신 일정 기간 이후에 현대상선이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옵션 계약을 맺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자베즈 펀드를 비롯한 우호세력에 지분을 잠시 파킹했다 향후 업황이 회복돼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 우선주를 되사오는 구조로 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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