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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카드 키워드 '혼란·과열·불확실'

백가혜 기자공개 2012-03-21 12:08:54

이 기사는 2012년 03월 21일 12: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대형 카드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 돌연 퇴사했다.

젊은 나이에 임원직에 올라 프리미엄 카드 히트 상품군을 줄줄이 쏟아내며 능력을 공공연히 검증받던 그의 퇴사 이유는 업계 종사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공교롭게도 그가 퇴사한 시기보다 몇 달 앞서 해당 카드사의 프리미엄 카드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연회비보다도 높은 혜택을 제공할 정도로 마케팅 비용이 높은 카드였다. 그 중 가장 시선을 끄는 혜택은 강남의 한 호텔 피트니스 센터 연 50회 이용권 제공. 이 센터 연회원권 가격은 6000만원에 달한다. 카드 연회비는 60만원이니 가입자가 입소문을 타고 늘었다.

하지만 해당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던 기존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호텔은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카드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혜택을 중단하고 고객들에 보상을 하는 것으로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물론 해당 혜택을 기대하고 가입했던 이들의 일부가 탈회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전체 가입자 2만여명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생겨 법적 분쟁까지 검토했을만큼 이미지 손실이 컸다. 소문이지만 담당 임원의 ‘책임 사퇴설'은 이 대목에서 제기된다.

이는 VVIP 고객을 모시기 위한 카드사 마케팅 경쟁의 대표적 폐해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익보다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는 많다. VVIP 고객을 잡기 위해 신상품을 기획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혜택이 연회비를 두 배 가까이 웃돌기도 한다. 아무리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남는 장사'일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프리미엄 카드 고객군에게는 혜택을 확대하면서, 일반 회원의 부가서비스 혜택은 축소하니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KB국민카드는 얼마 전 연회비 300만원 이상의 VVIP카드를 출시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 카드는 미국 그래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카드사에 과다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 기존의 프리미엄 카드도 높은 연회비와 과도한 혜택으로 수익성 저하가 우려돼 현재 원가 산정 작업중이라는 것.

프리미엄 카드의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는 방향의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와야 KB국민카드의 VVIP카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상품을 기획해놓고 눈치 작전을 펴고 있는 타 카드사들의 프리미엄 서비스 행보도 이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외환카드도 프리미엄 카드 상품 개발을 위해 자문할 컨설팅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카드는 이미 가입자 수가 5만1300명인 시그니처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VVIP고객을 겨냥한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기획중이다.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카드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해명한다. 높은 가치의 서비스도 대량으로 계약할 경우 가격 협상에 따라 비용절감이 가능하기 때문. 또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잠재 고객 확보의 효과도 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사 상품에 대해서는 "혜택이 과도해 보이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수익공개를 안하니 원가 대비 수익이 날지 여부조차도 서로 궁금해 하는 눈치다. 그야말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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