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피해간 야쿠르트의 긴급 솔루션 일감 몰아주던 오너 회사에 라면 및 음료 사업부 떼어줘
박준식 기자공개 2012-04-27 19:13:49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7일 19: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부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라면 및 음료 사업부를 오너가 2세가 대주주인 옛 삼영시스템(현 팔도)에 넘긴 까닭은 무엇일까.일단 표면적인 명분은 핵심사업인 유산균 음료를 제외한 비주력 사업들의 통합 및 재건 목적이 거론된다. 라면 및 음료 사업은 야쿠르트 내에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실적이 저조해 회사 내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라면의 경우 농심이나 삼양 등 쟁쟁한 경쟁사에 비해 제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이른바 사발면(제품면 왕뚜껑 등)이라고 불리는 즉석 식품을 중심으로 시장 대응이 이뤄졌다. 음료 제품군 역시 비락식혜, 산타페커피 등이 제품 브랜드 측면에 있어 노후한 모습을 엿보이며 롯데칠성, 코카콜라 등 경쟁사들에 비해 열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단 한 개의 히트상품이 이 사업부를 회생시킬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얀국물 라면전쟁을 촉발한 꼬꼬면이 그 대상이다. 국내 라면시장은 연간 24억 개, 약 2조 원 가량의 규모로 꼬꼬면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한 달에 900만 개씩 팔리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야쿠르트 라면 사업부는 이에 힘입어 공급을 두 배로 늘려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야쿠르트는 사실 지난해 초까지 만해도 라면 사업부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초기 논의가 가격 차이로 인해 결렬되고 공전의 히트상품이 나오면서 경영진의 입장이 돌변했다. 애물단지가 복덩어리로 바뀐 셈이다.
이런 사업적 현안과 별개로 야쿠르트그룹의 국내 경영권 지분을 보유한 윤덕병 회장 일가는 지배구조에 있어 지난해까지 숙제를 안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미래를 책임질 오너가 2세, 윤호중 전무의 승계 및 개인회사 관련 문제들이 그것이었다. 이 사안에서 핵심은 윤 전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옛 삼영시스템에 집중됐다.
삼영시스템은 야쿠르트그룹의 제품 내용물이 담기는 용기 제조를 맡던 회사다. 야쿠르트그룹의 지배구조는 윤덕병 회장의 장남인 윤호중 전무가 삼영시스템 지분 100%를 소유하고, 삼영시스템은 ㈜비락(50.33%)을, 비락은 야쿠르트(26.74%)를 가지는 순으로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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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배구조 상단의 삼영시스템 매출이 그룹 계열사 관련에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었다. 2010년말 기준 삼영시스템은 128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비락과 야쿠르트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1208억 원에 달했다. 오너가 2세가 100%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개인회사가 그룹의 일감을 몰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부는 때마침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관련 증여세 과세 제도를 강화해 자본거래 등 변칙 상속이나 증여 및 편법적 경영승계를 일벌백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10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광고·SI·건설·물류 기준)' 발표를 통해 두산이나 한진의 내부거래 규모가 900억~1000억 원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1000억 원이 넘는 한국야쿠르트와 삼영시스템 사이의 매출거래는 그대로 뒀을 경우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위기감을 느낀 야쿠르트 경영진은 지난해 말부터 긴급처방책을 강구해 그 대안으로 라면 및 음료 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넘겼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련 사업은 새로운 비전을 갖췄지만 지난해 말까지도 그 자체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업의 매출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2446억 원에서 2962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같은 기간 113억 원에서 245억 원으로 확대됐다. 야쿠르트 공동 주주인 일본 혼샤(38.3% 보유) 입장에선 적자 사업부를 떨어낼 좋은 기회였다.
결국 삼영시스템은 관련 자산을 넘겨받아 편중된 매출처를 다각화하면서 신규 투자나 연이은 계열 내 자산거래를 용이하게 할 준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삼영시스템은 라면 사업부를 인수해 사명을 팔도로 바꾸고 이미지 변신을 시작했다. 함께 인수한 음료 사업은 자회사 비락에 넘겨 제품 생산의 통일성을 살렸다.
오너의 새로운 회사가 된 팔도는 야쿠르트와 비락에 사업적으로 종속돼 있던 포장사업부를 물적분할해 팔도테크팩이라는 신설회사를 분리해 냈다. 총 1918억원 자산 중 포장용기 부문 21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따로 떼어 새 회사를 만들었다. 연이은 3건의 계열 내 자산거래에 관한 가격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야쿠르트그룹에 상장사가 드물어 공시의무가 없어 관계자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다. 헐값 및 고가 매각 논란을 사전에 방지한 치밀한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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