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전자제품 유통시장 롯데發 소용돌이 인수시너지 시장점유율 40% 넘어…신세계-전자랜드 등 경쟁사 초비상
박준식 기자공개 2012-07-04 18:26:11
이 기사는 2012년 07월 04일 1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1위 기업인 하이마트를 거머쥐면서 관련 업계의 경쟁구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 디지털파크와 롯데마트 가전판매부문 등으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던 롯데가 단숨에 1위로 올라설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전자랜드 등 관련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롯데발 시장 개혁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하이마트는 전자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형 전문점으로 분류된다. 전자제품 제조사인 삼성의 리빙프라자(브랜드명 디지털프라자)와 LG의 하이프라자(베스트샵)는 제조사의 직영점으로 구분 지을 수 있고, 이외에 용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집단상가와 대리점 등의 업태가 이 시장에 포함된다. 마켓에서 하이마트와 비슷한 업태로는 전자랜드가 있다.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직영점이나 대리점은 2000년 이후 몰락의 모습을 보여 왔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가구당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이 가전을 필수재가 아닌 선택재로 보고 여러 브랜드 제품의 비교가 가능한 업태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 이유다. 재고관리나 계절가전 마케팅, 구매협상력 측면에서 대리점이나 직영점은 하이마트의 업태에 밀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이마트의 매출액은 지난해 3조4106억 원을 기록해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약 34.9%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마트가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 디지털프라자 20%, LG 베스트샵 14.8%, 전자랜드 9.3%, 기타 21%의 비율로 시장을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유통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10조 원 규모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삼성과 LG의 직영점을 제외한 영세 대리점과 집단상가 등을 제외한 빅4를 기준으로 하면 하이마트의 지위는 좀 더 독보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빅4 기준 하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49.1%로 디지털프라자(26.4%), 베스트샵(16.8%), 전자랜드(7.7%) 등 나머지 경쟁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특히 올 초에는 단기적으로 빅4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하이마트의 지표가 과반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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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적인 성장으로 시장지위를 공고히 한 하이마트가 롯데의 품에 안기면 이 같은 1위 쏠림현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롯데마트 내의 판매코너와 디지털파크라는 이름의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마트를 인수하기 전 롯데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지털파크가 전국에서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롯데마트 점포는 95개 수준이다. 하이마트가 전국 305개 지점으로 영업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롯데의 전자제품 유통채널은 전문점 317개, 마트형 95개, 백화점 37개(롯데미도파, 롯데스퀘어 포함) 등으로 비약하게 된다.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거대 공룡이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하이마트는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10개 정도의 신규 점포를 내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번 경영권 지분 매각 등으로 인해 미뤄두었던 계획에 뒷심을 내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마트의 지점 확대가 앞으로 3~5년간 연간 7~10개 수준에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지방상권이 커지고 신도시 등의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에서 전국 지점망 400개 이하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이다.
이런 이유에서 롯데와 하이마트의 결합은 35% 가량의 현재 시장점유율을 과반으로 끌어올릴 동력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채널별 가전시장 점유율은 △전문점이 26.3% △대형마트가 16.6% △메이커직영점이 20.1% △기타(대리점, 온라인, 백화점 등)가 39%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전문점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4%와 70% 수준으로 하이마트와 같은 업태의 성장 여지가 아직 크게 남아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이마트를 품은 롯데가 미국과 일본처럼 대형마트나 메이커직영점의 포션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런 이유로 하이마트가 롯데에 안긴 것은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이마트)와 홈플러스, 가전유통 경쟁사인 디지털플라자, 베스트샵, 전자랜드에는 악몽 같은 일이다. 신세계 그룹은 전자랜드 인수를 추진하다가 매각 측과의 가격 협상 결렬로 최근 배타적 권한을 포기하면서 관련 사업의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롯데가 MBK에 쏠렸던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역전 안타를 날린 것이 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앞으로의 관심이다. 신세계는 전자랜드 실사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아 협상을 포기했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공격 드라이브에 맞설 카드가 필요하다. 전자랜드 역시 롯데와 하이마트의 협공에 한자리수의 시장점유율로 힘겹게 맞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롯데와 하이마트의 시너지는 시장 지위 상승 뿐만 아니라 가전 메이커들과의 협상력 배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조사대로 50%대의 시장점유율은 삼성과 LG 뿐만 아니라 해외 전자제품 업체나 중소형 가전사에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 판매가 기준 4~5조원대의 구매력을 가진 유통집단이 메이커에 단가인하 압력을 넣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하이마트가 단독으로 삼성과 LG의 경쟁을 조율하는 것과 롯데라는 대기업 집단을 등에 업고 이를 대행하는 것의 차이다. 중소형 업체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양대 메이커인 삼성, LG가 하이마트에 용인해왔던 단가와 판매 인센티브를 구매력 신장을 명분으로 더 높일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차단할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하이마트의 지난 3년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8.2~8.4% 수준을 기록했다. 유진그룹에 인수된 이후 EBITDA/금융비용이 1.9%에서 3.2%까지 늘어난 것이 현금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마진율은 두 자리 수를 바라보게 될 것이고 금융비용은 부채 해소로 인해 3년 전 수준으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한 제품구성이 가능한 혼매 양판점(Multi-brand Shop)이라는 장점도 향상될 전망이다. 하이마트의 매장은 대부분 가건물 형태로 여기에 롯데마트나 슈퍼가 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이마트 내에 롯데가 운영 중인 어린이용 장난감 판매점 토이저러스 등은 소박스 형태로 혼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형태의 시너지는 가족단위의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집객 능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 판매점도 롯데 주도의 리뉴얼이 가능한 부분으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의 유통업 장기 전략이 "가능한 다양한 유통 업태를 총괄하면서, 이로 인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롯데는 일단 하이마트 인수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경쟁적인 네거티브 효과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정치권이 선거 등을 앞두고 대형마트의 공휴 영업일을 제한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가전 유통공룡'의 출현은 시장에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구매력을 활용한 단가인하 등은 자제하고 자체적인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쇼핑몰과 할인점 등에 점포를 오픈할 수 있고, 롯데의 인터넷 쇼핑몰인 Lotte.com에 가상스토어를 열 수도 있다"며 "롯데쇼핑이 이미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이전보다 수월하게 입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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