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vs수성 '인천상륙작전' 시작됐다 사실상의 적대적 M&A 전략, 유통공룡 상권싸움 '랜드마크' 주목
김일문 기자공개 2012-10-17 11:06:51
이 기사는 2012년 10월 17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를 향한 롯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백화점 1위 사업자인 롯데는 유독 인천지역에서 신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아예 신세계의 독보적 아성이 집약된 신세계 인천종합터미널점 부지 및 건물을 8751억원을 주고 매입해 버리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경쟁이 안되니 아예 상대방의 근거지를 자본을 투하해 흡수해 버리는 일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유통업계 맞수인 두 그룹은 수많은 소규모 전투를 치러 오며 성장해 왔다. 상권 싸움이 붙은 것도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 대규모로, 직접적으로 전쟁을 치러본 적이 없다. '짠돌이'로 알려진 롯데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단 한방에 투입한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롯데가 상권 회복을 위한 '인천상륙작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의외의 한방을 맞고 곧바로 '법원'으로 달려가 반전을 노리는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의 이번 인천 상권 전쟁은 다양한 각도로 사건의 스펙트럼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공룡간의 라이벌전이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하지만 공룡들의 대규모 소모전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신세계 역시 아직 임대 기간이 8년여 남은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를 1조25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 자금을 차라리 '상인과 소비자를 위해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유통업계 선두인 롯데의 재무적 '무한성'에 대한 놀라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으나 재무적 여력의 한계 역시 이번 투자건으로 인해 서서히 불거질 수 있다. 롯데쇼핑은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인천광역시에 지급하면 곳간이 비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 다시 말해 신세계를 영토에서 쫓아내는 '승전'의 상황이 온다면 지금의 비용은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1위 사업자에 맞선 신세계의 대응 능력과 법적 해결 능력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해결을 못하면 롯데에 치명타를 맞는데, 두고두고 상권싸움에서의 '랜드마크' 사건이 된다.
인천광역시의 구도심 재생 정책과 시의 불투명한 재정 문제 해결 과정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롯데와 신세계의 이번 영토 분쟁은 그 원인과 과정, 결과 모두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며 두고두고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왜 인천에 집착하는가
롯데가 이런 여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통 크게 베팅에 나선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20년간 영업을 해 온 신세계의 알짜 점포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한 것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천 지역의 유통 헤게모니 장악과 부동산 투자를 지속해 왔던 그룹 오너 일가의 '복심'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목적이 무엇이건 그 밑바탕에는 인천 지역에서의 '경영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문화회관역점의 실패다. 신세계의 인천종합터미널점 부지 및 건물을 통째로 인수한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롯데쇼핑 문화회관역점은 인천터미널 역에서 지하철 정거장으로 1개역, 직선거리로는 불과 200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러나 연매출 2280억원에 불과하다. 신세계 인천점은 7420억원으로 롯데 문화회관역점의 3.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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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접근성의 열위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똑같은 지하철 역에 위치해 있지만 문화회관역은 집객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이 아니어서 실적 악화에 허덕였다"며 "주요 상권의 끝단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소외된 문화회관역점을 갖고 있는 롯데로서는 터미널을 중심으로 상가가 몰려 있는 신세계 점포 부지를 빼앗기 위해 그룹 차원으로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평역점 등 인천 전 지역에서 롯데백화점이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지역 정서의 쏠림 현상을 낳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지의 협소함 등이 교통혼잡 현상과 버무려지면 갈수록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된다. 롯데는 그 원인을 경영전략 보다는 부동산의 입지와 크기에서 찾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롯데가 최근 쇼핑타운을 계획하고 있는 인천 지역 2곳(송도, 인천종합터미널)은 모두 대규모 토지를 겸비한 곳 들이다.
물론 롯데의 이런 선택에는 전략적인 함수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롯데측 입장이다. 소비 트렌드에 맞춰 복합상업시설로 집객 효과를 높이고 주변 개발을 이끌어 내 지역 경제를 함께 살린다는 것이다. 인천광역시 한 관계자는 "현재 협의 중에 있다"며 "롯데의 사업계획이 그만큼 유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너의 부동산 사랑.."파주 감정싸움 연장선" 관측도
부동산에 대한 오너 일가의 남다른 애착도 이번 롯데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이유로 해석된다.
현재 롯데백화점 전국 매장은 총 34개(2012년 상반기 기준, 아울렛 포함)로 이 가운데 24곳을 실소유하고 있으며 임차는 10곳에 불과하다. 반면 신세계는 총 15개 점포 중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경기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로 들어간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전체 아울렛을 통털어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김해 아울렛 부지의 경우 오너가 이미 20년 전에 땅을 사 놓고, 오래전부터 대규모 유통 복합시설을 계획했던 곳"이라며 "부동산에 대한 통찰력과 결단력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오너가 인천에서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파주 아울렛 조성 당시 신세계와 벌였던 땅싸움에 진 빚을 되갚기 위한 '감정적' 판단도 들어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를 신세계가 인수해버린 데 대한 감정적 대응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조원 가까운 돈을 부지 매입비로만 쓰는 행보는 부동산 개발 업자나 유통 업체들이 선호하는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비로 또 다른 조 단위 자금을 써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가 인천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대형 투자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판단이 예상대로 들어맞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며 "특히 국제도시라는 모토로 건설되는 송도 투자의 경우 전략적인 선택이겠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 그로 인한 수요 부족 등으로 자칫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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