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2월 11일 1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제지가 저하된 원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꺼낸 소각보일러 설치계획을 놓고 사업장을 폐쇄하려는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회사가 소각보일러를 설치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막상 지방정부(오산시)의 인허가 대처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장을 폐쇄해 얻을 수 있는 쌍용제지 주주의 이익이 투자금의 수십 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쌍용제지는 현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DK코리아와 49.9%를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각각 최대주주와 2대 주주로 있다. 현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용 대표는 DK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세계벤처투자의 큰 손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국내 법인(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다.
◇소각보일러 설치에 경영진 '뒷짐'…인허가 실패시, 사업장폐쇄 의사도
쌍용제지는 지난 46년 동안 이어온 지류 제조·판매 사업을 정리해야 할 위기다. 원가경쟁력 저하로 매출은 줄어들고 영업은 적자로 돌아섰다. 경영진이 밝힌 데로 소각보일러 설치로 원가인 연료비를 절감하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오산시의 폐기물 사업 인허가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한 차례 사업 인가 신청을 제출했다 철회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다. 되레 사업장이 폐쇄될 것을 우려한 노동조합만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앞장서서 오산시를 압박하고 있을 뿐이다.
경영진들은 임직원들에게 "소각보일러 설치에 실패하면 임금을 삭감하고 이후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공표한 상태다.
이 때문인지 오산시 공무원 사이에서는 쌍용제지가 사업장을 폐쇄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다.
쌍용제지가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거나 2000억 원 가량의 매각 대금을 받기 위해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오산시청 관계자는 "뜬소문일 수 있지만 쌍용제지가 사업장을 정리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노동조합이 소각보일러 사업 인허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는데 경영진들이 어떤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DK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이익만 수백 억…"M&A보다 공장 매각이 이익"
쌍용제지 경영진을 포함한 주주가 사업장을 정리해 수십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사업장폐쇄에 힘을 싣고 있다.
쌍용제지의 공장 부지는 신도시가 들어설 세교 2 택지지구에 포함돼 있어 거래 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새롭게 공장용지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어서 다른 기업의 공장부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쌍용제지의 공장부지는 장부가로 1242억 원(2009년 6월 재평가 기준), 공시지가로 669억 원이다. 공시지가가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 장부가인 1200억 원 안팎에서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격이라면 쌍용제지 주주들은 투자금의 6~58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2006년 한국 P&G로부터 지분 99.9%를 약 7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두 회사가 실제 투자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은 100억 4500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쌍용제지 주식을 각각 1억 7250만 원과 7250만 원 어치만 직접 매입했다. 나머지는 각각 88억 원과 1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에스비크라프트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차입매수방식(LBO)으로 인수했다.
에스비크라프트는 두 회사의 보증 등을 통해 650억 원을 차입했고 자본금(98억 원)을 더해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 대금을 결제한 이후에는 바로 쌍용제지와 합병해 인수한 쌍용제지가 인수대금으로 빌린 차입금(499억 원 등)을 상환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각각 89억 7250만 원과 10억 7250만 원을 투자해 약 700억 원 규모의 쌍용제지를 인수한 것이다.
현재 공장 부지만을 장부가(1242억 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DK코리아는 투자금의 6.92배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57.81배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경영을 맡고 있는 DK코리아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양사 모두 굳이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커진 적자회사를 계속 운영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영업 적자인 쌍용제지를 M&A매물로 내놓는 것보다 공장부지만 따로 매각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 크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소각보일러 인허가보다 사업장 매각을 더 중요시 여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소프트뱅크는쌍용제지 인수당시 DK코리아와 투자금을 회수할 때에는 최초 에스비크라프트에 출자한 지분 비율로 주식을 재배정하거나 무상소각하기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대로 지분을 나누면 실제 투자금 회수규모는 8.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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