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계열사 중심 '돌고도는' 순환출자 호텔롯데·쇼핑·제과·케미칼 주축..오너지배력 견고, 해소 어렵지 않아
문병선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3-06-26 07:57:38
이 기사는 2013년 06월 25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합병·소수지분매각·상호출자해소·기업공개(IPO) 등 잠잠하던 롯데가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듯한 거래에 나서고 있다.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시작되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소유구조 정비에 얼마의 비용이 소요될 지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롯데그룹 소유구조를 뜯어보면 의외로 간단한 지배구조라서 결단만 내린다면 과거 LG그룹 등의 사례처럼 수조원의 자금을 들이고 정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크게 4개의 핵심 계열사(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케미칼)를 중심으로 순환출자가 짜여져 있다.
◇롯데쇼핑, 그룹 지주회사 역할
가장 중심이 되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이다. 29개 계열사에 출자를 해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출자회사를 갖고 있다. 반면 8개 법인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았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조합 수는 232개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
그래서 롯데쇼핑의 지배구조는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에서 출발해 다시 롯데쇼핑으로 돌아오는 출자구조의 수가 200여개가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쇼핑→롯데캐피탈→롯데카드→롯데칠성→롯데쇼핑' 등 순환출자 고리가 수없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너를 중심으로 롯데쇼핑의 소유구조를 보면 이런 순환출자는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해소가 가능한 간단한 구조로도 바라볼 수 있다. 롯데쇼핑을 지배하는 건 순환출자에 얽힌 법인 계열사가 아니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이기 때문이다. 오너일가는 롯데쇼핑 지분 28.58%를 들고 있다. 자기주식(6.16%)까지 포함하면 계열사 도움없이도 롯데쇼핑을 지배하기에 충분한 지분율이다.
최근 롯데쇼핑 지분거래가 궁극적으로 롯데그룹의 소유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다. 만일 롯데쇼핑이 법인 대주주(호텔롯데, 한국후지필름, 롯데정보통신,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등)의 지분 중 일부를 자사주로 취득하게 되면 매우 간단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쇼핑 주가를 감안하면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해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특히 롯데미도파와의 합병, 롯데칠성음료 및 롯데제과와의 상호출자 해소, 싱가포르의 부동산투자회사(REITs) 상장 등 거래를 보면 롯데가 지배구조 정비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략 1조7000억원 가량의 자금조달이 진행되고 있다.
◇호텔롯데, 옥상옥 지배회사..계열분리 가능성도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계열사는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의 지분 8.83%를 갖고 있다. 롯데쇼핑이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면 호텔롯데는 지주회사 위의 지주회사, 다시 말해 최상위 지배회사의 역할을 한다.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 위에 SK C&C가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주회사이지만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또 다른 'YMSA(와이엠에스에이)'라는 오너 소유 법인이 따로 있다. 이런 형태와 비슷한 옥상옥 지배회사다.
다만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다는 차이가있다. 그래서 SK C&C나 YMSA와는 다르다. 롯데쇼핑의 법인 주주는 롯데제과(7,9%), 호텔롯데(8.8%), 한국후지필름(7.9%), 롯데정보통신(4.8%), 롯데칠성음료(3.9%) 등 폭넓다. 그렇지만 오너일가(28.58%)를 필적하지 못한다.
호텔롯데는 그 자체로 지주회사 역할을 할 정도로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다.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13%)이고 그 밖에 롯데건설(38.3%)·롯데상사(34.6%)·캐논코리아(28.9%)·롯데물산(31.1%)·롯데캐피탈(26.6%)·롯데손해보험(26.1%)·롯데제주리조트(37.5%)·롯데부여리조트(22.2%) 등의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후계구도에 따른 계열사 정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계열분리 될 지 아니면 롯데쇼핑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위의 지주회사가 될 지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다.
◇롯데제과·롯데케미칼도 순환출자의 한 뼈대..해소는 어렵지 않아
롯데쇼핑 및 호텔롯데와 함께 롯데그룹 거미줄식 순환출자의 한 핵을 구성하는 계열사는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 내 식음료 회사들의 사실상 지배회사다. 기린식품(100%)·롯데칠성음료(11.7%), 롯데푸드(9.3%) 등의 최대주주다. 롯데제과를 지배하는 회사는 롯데알미늄(15.3%)이고 롯데알미늄을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구조라서, 순환출자로 엮여 있기도 하다.
그러나 롯데제과 역시 롯데쇼핑처럼 오너 일가가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등은 17.71%의 롯데제과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한 지분(8.69%)까지 더하면 26.4%의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한다고 볼 수 있다. 계열사 도움없이도 충분히 오너일가 독립적으로 경영권을 지키기에 가능한 지분율이다. 따라서 롯데쇼핑이나 호텔롯데처럼 계열사끼리 복잡한 순환출자로 얽혀 있더라도 오너 일가가 굳건하다면 순환출자 해소는 어렵지 않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도 롯데그룹을 구성하는 핵심 출자 뼈대다. 롯데케미칼은 모두 13개의 자회사에 출자를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대주주는 호텔롯데(26.6%)와 롯데쇼핑(22.4%)이다. 추후 지배구조 개편을 하려면 호텔롯데가 보유지분을 롯데쇼핑에 매각하든지 아니면 롯데쇼핑이 보유지분을 호텔롯데에 매각하면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순환출자는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롯데쇼핑이나 롯데제과에 비해서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핵심 계열사는 겉으로 보기엔 5단계 또는 6단계 이상의 출자구조를 거쳐 서로 지분을 주고받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제과를 지배하고 그룹내 계열사들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추가로 보완해주는 구조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순환출자 해소는 그래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회사를 중심으로 한 3~4개의 지주회사를 구성하는 식으로 롯데그룹 소유구조가 개편될 수 있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롯데가 부쩍 자본거래를 늘리고 있다"며 "공정위가 '거미줄 순환출자'라고 별명을 붙여 줬지만 사실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잘 확립된 곳"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료율 인상 따른 비용 부담 확대 '우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머니무브 효과' 수월해진 자금 유치…조달 개선 기대
- 나우어데이즈 신곡 '렛츠기릿', 주요 음원차트 진입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유연성·독립성 갖춘 코웨이 코디, 시공간 제약 없어 'N잡' 가능 눈길
- [SGI서울보증 IPO 돋보기]기한 내에서 최대한 신중히...예보도 팔 걷었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thebell note]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엇갈린 선택
- 상호금융권, 대부업 자회사 출자 '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