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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中법인의 비범한 성장 '주목' 작년 매출 급증..80조 중국 주류시장서 '저도주' 선호 맞물려 '쑥쑥'

베이징(중국)=문병선 기자공개 2013-09-02 10:30:05

이 기사는 2013년 09월 01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다수 국내 기업의 중국법인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재무적 수치를 외부에 드러내는 걸 꺼린다. 자심감 있게 드러낼 만한 수치도 없거니와 드물게는 해외법인을 국내 재고물량을 이전시킬 서류상 매출처로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이트진로가 중국시장에서 지난 3월 '명품진로(名品眞露)'를 출시하고 거대시장 공략의 도전장을 내민건 수치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은 2007년말 설립됐다. 중국에 제조공장 없이 판매법인 형태의 법인을 만들었다. 다른 기업들의 해외법인처럼 초기 자본금은 미미했다. 초기엔 중국 교민과 2008년 북경올림픽 선수단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참이슬' 소주와 '하이트' 맥주를 파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은 '절반의 실패'로 끝났다.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강화되며 교민수가 2008년 100만명 가량에서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교민 수는 약 60만명에 머물고 있다.

북경올림픽이 개최됐던 2008년 중국법인 매출액은 80억원에 그쳤다. 법인 설립 초기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매출액이라고 안도할 수 있지만 기대에 미치는 수치는 아니었다. 손익은 적자였다. 수출된 소주와 맥주에 관세가 붙고 유통 관련 여러 세금이 더 붙었다. 한국 교민에게 높은 가격으로 소주를 팔 수는 없었다.

하이트진로 중국법인 실적 추이

그랬던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이 확연히 달라진건 2011년과 2012년이다. 2011년 매출은 100억원을 넘더니 지난해는 170억원이 넘는, 가파른 판매 확장세가 나타났다. 중국내 통관을 거쳐 수입된 주류 품목 중 가장 많이 들어온 품목에 '진로' 이름이 올라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7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작년 상반기(59억원)보다 30.51% 급증했다.

대략 세가지 이유가 판매확장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첫째, 중국 젊은 소비층의 '저도주' 선호 현상이다. 알코올 도수 50도가 넘는 중국 백주(白酒)는 중국 주류 시장의 45% 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의 20대~30대 젊은 소비층은 50~60도에 이르는 중국 백주를 윗세대만큼 선호하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 수입이 급히 늘어나는 현상도 '고도주' 기피 현상과 맥락이 같다. 소주는 중국인 입장에서 '백주'의 일종이다. 20~30도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한국백주'인 소주는 일부 젊은 중국인의 호평을 받았다.

이는 중국 교민에서 현지인으로 타깃 소비계층이 자연스럽게 바꿔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둘째, 한류 영향이다. '소주'를 모르는 중국인도 한국 드라마에서 한국 연예인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병째 마시는 장면을 곧잘 기억해 낸다. '녹색병'에 담긴 소주를 '진로(眞露)'의 이름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한류가 덧붙여지면서 품격이 업그레이드됐다.

셋째, 하이트진로의 중국 유통망 확보다. 현재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은 24개의 중국내 판매대리점을 구축했다.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중국 주류 유통시장을 뚫자면 현지인 고용과 현지 문화와의 조화가 필수다. 하이트진로는 중국 주요 거점 지역에서 현지인을 고용한 자체 판매망을 구축했다.

2017년까지 중국 시장을 5개 거대권역으로 나누고 북경총부 아래로 4개의 분공사(상해분공사, 광주분공사, 심양분공사, 성도분공사)를 설치하기로 했다.

2012년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의 성적표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땀과 운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오픈마켓에서 하이트진로의 주류를 판매하는 점포 수는 200개점(2008년)에서 3500개(2013년)로 급증했다. 소주류의 현지인 매출 비율은 10%(2008년)에서 30%(2013년)로 늘었다. 맥주류의 현지인 매출 비율은 90%(2008년)에서 95%(2013년)로 늘었다. 의미있는 결과다.

작년과 올해엔 자본을 확충해 재무적 균형도 꾀하게 됐다. 추가 투자 수요가 많고 현지 판관비와 광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본사와 논의를 거쳐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 백주는 비록 젊은층의 저도주 선호 현상으로 주춤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막강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 공장이 없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판매 시스템은 원가 경쟁력을 열위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2011년과 지난해 중국 백주와 맞붙어 성과를 낸 하이트진로는 13억의 중국인을 상대로 가능성을 보았다. 일본 법인과 함께 '글로벌 하이트진로'의 구축에 중국 법인의 역할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충수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장은 "중국 법인은 처음엔 적자였으나 2011년과 2012년 턴어라운드를 했다"며 "중국 주류 시장은 현재 80조~90조원 가량의 시장이지만 조만간 150조원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이트진로는 2017년 1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해외 매출을 더욱 늘려 하이트진로의 글로벌화를 달성하겠다"며 "중국 법인은 일본 법인에 이어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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