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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갑질'과 증권사의 '자승자박' [thebell note]

정준화 기자공개 2014-07-10 10:46:49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1000억 원어치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는 그 대가로 얼마의 수수료를 받을까. 올 상반기 평균 회사채 인수수수료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억 3200만 원을 받는다. 발행금액의 0.232%(23.2bp)를 수수료로 받는 셈이다.

이같은 수수료율은 예년에 비해 점점 감소 추세다. 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을 도와준 대가가 점점 박해지는 상황에 IB들의 불만만 쌓여간다.

최근 6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인 롯데케미칼(구 호남석유화학)이 평균의 절반도 채 안되는 9bp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시끌시끌하다. 이 계약의 상대방은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채권 시장의 '빅 5'로 꼽히는 IB하우스들이다.

왜 이렇게 롯데케미칼 회사채 인수 수수료만 유독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을까. 거래 당사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는 낮은 코스트를 요구한 롯데케미칼과 이에 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게 제시한 증권사들 때문이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최근 회사채 시장의 수급 상황을 봤을 때 신용등급 AA+인 자신들의 회사채가 미배정될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공채, 공사채, 은행채 등 낮은 금리에 만족 못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우량 회사채를 쓸어담기 바쁘다.

또 롯데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의 경우 일본계 투자자금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미배정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런 이유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타 그룹에 비해 아주 '짠'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주변 여건을 감안해 낮은 코스트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어찌보면 당연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수준을 벗어난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의 무리한 요구는 '갑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케미칼이 낮은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수수료가 이렇게까지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해 최대규모로 예상되는 롯데케미칼 회사채 주관사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했다. 특히 회사채 주관시장의 선두그룹에 속해 있는 두곳이 각각 9, 10bp를 제안했다. 이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도 할 수 없이 낮은 수수료 수준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대형 발행사를 잡기 위해 증권사 스스로가 서비스의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낮춘 것을 두고 발행사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결국 이번 롯데케미칼의 수수료는 발행사의 '갑질'과 증권사의 '자승자박'이 낳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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