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2월 03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주 서울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된 더벨 리그테이블 어워즈(시상식)는 투자은행(IB) 뱅커(Banker) 들에겐 축제의 장이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영업 일선에서, 또 기업과 투자자간 접점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대가로 상을 받고, 공을 치하받았다.국내와 외국계 IB를 통틀어 가장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증권사는 단연 KB투자증권이었다. 2년 연속 DCM 부문 1등에 이어 유상증자 부문에서 역대 처음으로 1등을 해 상을 받는 자리이다 보니 여느 때 보다 시상식의 의미가 더 컸다. 신임 사장, IB 총괄임원, DCM 담당 임원, ECM 담당 임원, 관련 임직원들이 총출동해 기쁨을 만끽하고 '파이팅'으로 올해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였다.
KB투자증권이 IB 부문에서 거둔 성과는 실로 놀랍다. 국내 대표 IB로 꼽히는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 원을 넘어서는 대형 증권사들이다. 반면 KB는 자기자본이 이들 증권사의 5분의 1 수준인 6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회사나 인력 규모, 자본력 등을 놓고 비교하면 여러 명의 골리앗 앞에 서 있는 다윗이나 마찬가지다.
규모가 큰 증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IB 부문에서 KB투자증권은 어떻게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한 임원은 "IB를 지켜내고 키우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형사 IB를 이만큼 키워내는 데까지의 어려움을 함축해 회고하는 말이었다. 그는 이어 "일관된 투자와 기다림이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CM팀 육성 과정을 예로 들었다. KB투자증권은 약 5년 전에 ECM 부문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4년 동안은 투자만 계속됐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기업공개(IPO)는 물론 유상증자 부문에서도 이렇다 할 딜(deal)을 한 건도 맡지 못하는 시간이 지속됐다. 공모 규모 100억~200억 원 IPO와 주가연계증권(ELB) 딜 1~2건을 맡는 게 전부였다.
당연히 회사 안팎에서 성과 없는 ECM 부문에 대한 투자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부침에 시달릴 때마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했다. IB를 맡고 있는 임원은 ECM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내·외부의 압력을 모두 막아 냈다. ECM은 시간을 두고 계속 투자해야 성과가 나오는 장기 레이스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풍을 막아내면서 ECM팀 인원 수를 계속 늘렸다. 그 결과 미약하게 시작한 팀 인력은 현재 20명을 넘어, 지금 3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계속된 투자와 기다림은 투자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나 성과를 냈다. 그것도 홈런이다. 유상증자 부문 실적 1등. 실적상으로는 갑작스러운 1등이지만 결코 단 숨에 우연히 이뤄낸 성과가 아니다. 성장하기까지의 기다림과 노력이 이뤄낸 결과다. 이를테면 '절차탁마 대기만성'이다.
KB투자증권은 2014년을 ECM 부문 성과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IPO 부문에서 대형사에 견줄 만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도 이제는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 동안 이뤄낸 성과가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이뤄낼 성과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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