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2월 06일 09: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일 롯데카드는 본사 회의실에서 많은 손님을 맞았다.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개최한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금융IT보안 강화방안 회의'가 열렸기 때문. 이 자리에는 신제윤 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위와 금감원 전자금융, 보안 담당자, 롯데카드의 채정병 사장과 관계 임원, NH농협은행, KDB대우증권, SK플래닛, 잉카인터넷, 금융보안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했다.롯데카드 담당 임원은 이날 금융당국 관계자와 기자들 앞에서 원클릭 모바일결제와 FDS(Fraud Detection System·이상거래탐지시스템) 작동 사례를 시연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로만 결제를 하고, 부정 시도의 경우 결제가 실패하는 경우를 차근차근 재연했다. 채정병 사장 인사말과 임원 시연 앞뒤로 형식적이지만 자리에 앉은 관계자들은 연이어 박수를 쳤다. 롯데카드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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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간담회 내용도 내용이지만, 처음 롯데카드에서 FDS 시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롯데카드'라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정보유출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3개 카드사 중 하나다. 사장 교체와 3개월 영업정지라는 고강도 조치도 받았다. 보안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지난해 말에야 온라인 관련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위에서 먼저 롯데카드에 시연을 제안했고 현장에 관계자가 총 출동하는 간담회가 이뤄졌다. 1년 전 만해도 사장 해임권고를 내렸던 사이인데 관계가 반전됐다.
업계는 이번 일을 롯데카드가 금융당국의 니즈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는 '천송이 코트'로 시작된 논란에 따라 간편 결제관련 서비스 출시 압박을 받아왔다. '핀테크'를 정책 키워드로 선정했고 마침 롯데카드가 2014년 12월에 원클릭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내놓았다. '연내 성과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당국에 선사한 셈이다.
사실 롯데카드는 정보유출로 인한 위기 타계의 일환으로 롯데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 채정병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지만 뚜렷한 개선 성과를 내놓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KB국민카드와 마찬가지로 롯데카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이탈, 자산감소 등의 하락세는 꺾였으나 점유율은 지난해 초 소폭 하락한 뒤 확실한 반등 기미가 없다.
때문에 경쟁사가 우물쭈물하는 영역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채정병호(號)는 과감하게 모험을 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다음카카오와 제휴를 시작으로 일찍이 간편결제 서비스 개발에는 들어갔으나 여전히 사고발생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초기 카카오페이 참여율이 저조했고, 지금도 각사에서 모바일결제 시스템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도 롯데카드처럼 FDS는 개발했지만 한 단계 더 보안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고민하던 차에 롯데카드가 서비스를 일찍 출시해 한편으론 정부로부터 출시 압박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카드에 국내 최초 출시자리를 뺏긴 경쟁사의 질투 섞인 변명일지 몰라도, 훗날 보안 사고가 터진다 해도, 롯데카드의 발 빠른 전략이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현장간담회가 그렇게 훈훈하게 느껴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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