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6월 22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점심 자리에서 녹십자 얘기가 나왔다. 메르스 사태로 한파를 겪고 있는 제약업계에서 '녹십자'는 자주 언급되는 단골이슈다. 2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일동제약 지분 처분의 영향이 컸다. 웬만한 상위 제약사의 연간 수익 이상을 지분투자로 거뒀으니 부러움과 시샘 섞인 반응들이었다.녹십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영악하다'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일동제약 지분 매각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업 행보를 보면서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세상 물정을 빠르게 터득한 '빠꼼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 일동제약 지분 매각 과정에서 녹십자의 영리함이 두드러졌다. 업계 반대여론에도 일동제약에 대한 경영참여를 추진하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일동제약 오너일가와 발 빠르게 주식 매도 계약을 맺었다. 일각에서 일동제약 '적대적 M&A'를 실패했다며 비아냥거리자 630억 원의 매각 대금을 글로벌 사업확장과 신사업 강화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반전시켰다.
녹십자는 사업에도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백신과 혈액제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한 이후 계열사를 통해 면역세포치료제, 진단기기 등 사업포트폴리오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백신·혈액제제(녹십자), 세포치료제(녹십자셀), 유전자연구(녹십자지놈), 진단기기(녹십자MS)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포트폴리오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를 넘어 하나의 바이오사업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적인 행보라는 분석이다. 도입품목과 제네릭에 의존하며 단기간 돈벌이 사업에만 혈안이 된 다른 제약사들과 사뭇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달랐다. 캐나다 혈액제제 공장 건설의 경우 전방위적인 노력 끝에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캐나다 퀘벡 주정부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18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은행 차입 없이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투자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는 제약업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 받아 해외진출에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이같은 녹십자의 경영 행보는 다른 산업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흔히 볼수 없는 광경이다. 동종기업의 지분 매입을 금기시하고 투자 유치를 시도하는 기업도 드물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경영활동 범위가 제한적인 곳이다. 이 때문에 녹십자의 경영활동이 업계에 주목을 받고 마치 영악한 듯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편승하고 안정적인 상황에 만족한 채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제약업체가 허다하다. 하지만 녹십자는 제약업 특유의 보수적인 틀에서 벗어나 시장과 여건에 맞는 전략과 경영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리스크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인 녹십자의 모습은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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