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바뀐 대웅제약, M&A로 '진주' 찾는다 [제약사 신성장전략]R&D파이프라인 공략, 해외기업 인수도 적극 검토
김선규 기자공개 2015-07-16 08:5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3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29일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를 깜짝 발표했다. 투자대금만 10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손에 꼽히는 거래규모다. 이번 한올바이오파마 인수에 관여한 김재식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그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대웅제약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난 뒤 전면에 나선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자기만의 전략으로 대웅제약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
지금껏 대웅제약은 새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다는 걱정을 회사 안팎에서 받아왔다. 강점인 안정적인 영업망을 바탕으로 도입품목에 의존해 외형을 키워왔지만 이로 인해 독자적인 신약 개발을 등한시해 오히려 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다.
윤재승 회장은 시장의 걱정에 답이라도 하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숨가쁜 경영행보를 보였다. 외부로부터 능력 있는 인재를 수혈하는가 하면 조직개편을 통해 신약개발의 방향성을 일원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집중하기 위해 줄기세포사업부, 나보타 사업부 등을 신설했다.
특히 M&A(인수·합병)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외부수혈과 조직개편 등이 M&A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인력보강과 조직개편을 마무리하자마자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했다.
대웅제약은 R&D파이프라인이 풍부한 중견제약사인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해 약점으로 꼽혔던 신약개발 능력을 단번에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R&D(연구개발)에 주력하는 회사로 지난 10년간 1200억 원을 R&D에 투자해 임상단계인 신약만 10여 개 가량 보유하고 있다. 내분비계 및 순환기계, 일반의약품에 강한 대웅제약과 다양한 신약개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시너지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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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무는 "글로벌 제약업계 성장 화두는 글로벌화(globalization)와 신약개발 능력"이라며 "대웅제약은 M&A를 통해 이와 같은 글로벌 제약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고 전했다.
통상 기업의 성장 경로는 내부의 개발역량에 의존하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등을 활용하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이 있다. 대웅제약은 두 개의 성장 트랙 가운데 비유기적 성장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이 인수·합병을 들고나온 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과 소비자의 기호가 발빠른 대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기업내부 역량으로만 성장을 도모하기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산업 내 혁신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M&A는 시간과 시장, 그리고 인재를 동시에 얻는 지름길이다"고 전했다.
대웅제약은 제2의 한올바이오파마를 찾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M&A영역도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저금리 시대를 맡아 자금 조달하기 용이하다는 점, 풍부한 현금성자산 등을 십분발휘해 언제든 대웅제약에 맞는 매물이 나온다면 인수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대웅제약은 M&A를 위한 재무여건이 뒷받침돼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포함)은 3월말 기준으로 1607억 원으로 업계에서는 동아ST, 유한양행에 이어 세 번째로 풍부하다. 또한 M&A를 위한 차입 여력도 충분한다는 평가다. 총차입금 규모가 1406억 원으로 부채비율(55.7%)이 전년동기보다 3.3%포인트 늘어났지만 2010년 이후 700억~1000억 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꾸준히 창출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재무지표는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웅제약의 7일 KIS채권평가 기준 3년물 민평금리는 2.25%로, A+급 평균 2.53%보다 28bp 낮은 수준이다.
대웅제약은 해외진출도 현지 제약사나 생산설비 인수를 적극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 나가 직접 공장을 짓고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그린필드(Green field)'식 투자는 현지 공략에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해외 M&A를 통한 '브라운필드(Brown field)'식 투자는 빠른 시장 안착과 현지화로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M&A의 성공에는 기업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고기도 먹어봐야 잘 먹는다"는 말이 맞는다면, 대웅제약의 일천한 경험은 핸디캡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수 뒤 성공적인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을 통해 화학적 결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인수·합병 성공 확률이 70% 정도로 높다는 구글은 인수한 기업의 설립자 중 3분의 2가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을 만큼 동화되는 문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과정이 중요하다. 대웅제약도 이번 인수에 힘을 쏟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전무는 "대웅제약은 M&A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이번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로 M&A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새로운 M&A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찌됐건 대웅제약이 M&A를 새로운 성장트랙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R&D파이프라인을 이번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로 한번에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며 "또한 이번 인수로 M&A 역량을 강화한 만큼 향후 M&A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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