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피한 서현상권, 간신히 아성 유지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②강남상권 빨대효과 이미 체험…판교상권도 위협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04 17:06:13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최대 상권인 서현은 정자상권과는 사정이 다르다. 신분당선이 개통하지 않아 강남역의 빨대효과를 피해갈 수 있었다. 서울로 통하는 광역버스가 있긴 하지만 이미 10년 전 일이다. 그렇다고 강남상권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미 삼성물산이 본사를 이전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학생들도 20대가 넘어가면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과 명동 등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곤 한다. 바로 옆 동네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는 판교상권도 위협적인 존재다.◇AK플라자 분당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견제
서현상권의 골칫거리는 신분당선이 아니라 판교상권이다. 이중에서도 지난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AK플라자 분당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지난 8월 21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연 시기와 같은 날이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몰리는 지하 1층 피아짜360 광장에 전광판을 만들고 계단을 보수했다.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AK플라자 분당점에 입주했던 루이비통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으로 이전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이 많다. 서현역과 판교역은 2.5km에 불과해 자동차로 이동하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과거 판교 주민들은 서현으로 이동해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판교에서 거주하는 이태윤씨(29세)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생긴 이후 AK플라자 분당점의 영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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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상권은 중심인 AK플라자 분당점을 기점으로 북동쪽과 남서쪽 등 두 곳으로 나뉜다. 광역버스가 지나가는 이매 사거리와 접해있는 북동쪽 상권의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건물 임대료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별로는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화장품과 미용실, 노래방, 패스트푸드 매장, 이동통신사 대리점, 서점, 옷가게 등이 몰려 있다. 유일한 SPA 매장은 ZARA로 북동쪽에 위치했다. 임대료는 중심상가 1층 10평 기준 보증금 1억 원에 월 700~800만원 수준이다.
지난 23일 찾은 서현상권은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가 제법 많았다. 책가방을 맨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정자상권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컸다. 스타공인중개소 이진환 소장은 "서현은 분당 신도시가 들어선 90년대 초반부터 중심 상권 역할을 담당했다"며 "광주와 용인, 구 성남, 수지 등 경기도 남부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소비층, 직장인→학생 변화
분당 최대라는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서현상권도 강남상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지역 유동인구는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씀씀이 규모가 작은 학생들로 구성되다 보니 음식과 상품의 가격대도 싼 편이다. 장사가 잘 되는 업종도 이들 학생을 겨냥한 화장품과 휴대폰, 악세사리 등에 집중돼 있다. 이 소장은 "이들 학생은 어린 시절을 서현에서 보내고 20대가 넘어가면 강남과 명동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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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도 서현상권은 강남상권에 주 소비층을 뺏기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08년 삼성플라자가 애경그룹에 매각되면서 삼성물산 직원들이 서초사옥으로 대거 이동했다. 당시 AK플라자의 전신인 삼성플라자에 삼성물산 직원만 2500명이 근무했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3000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서현역에는 한솔EME, 조이시티, 다날, 한국지역난방기술, CJ E&M 등의 기업이 입주해있지만 과거 삼성물산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스타공인중개사무소 이진환 소장은 "2007~2008년 삼성물산 직원들이 서초동으로 이동한 이후, 이 지역의 상당수 유흥업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씀씀이가 컸던 직장인들이 나가고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이 지역 상권이 입은 타격도 컸다"며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서현상권의 상인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 사실이 많이 잊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지구 성격이 약해진 이후 서현상권은 평일에는 학생, 주말에는 가족단위 고객이 주축이 됐다. 서현역 배후로 수천 세대의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최대 상권을 유지해주는 마지막 남은 우군이다. 이진환 소장은 "서현상권은 7일 내내 활기있게 돌아가는 상권"이라며 "주말에는 유모차를 끌고 오는 가족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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