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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신동빈-정용진' [thebell note]

장지현 기자공개 2016-01-08 08:30:4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마주쳤다. 업계 인사로는 CJ그룹 손경식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 등도 참석했지만 재계의 이목을 끈 것은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만남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기준으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원내대표 바로 옆에 자리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 회장보다 더 멀리 자리가 마련됐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 사이에는 단지 네 사람 정도가 있었다.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위치였지만 두 사람은 행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직후부터 끝날 때까지 서로 눈빛도 주고받지 않은 채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회장단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별도의 시간이 마련됐지만 각자 따로 시간을 보냈다. 경쟁관계에 있지만 여러 재계 인사들이 모인 만큼 유통그룹의 수장으로서 서로 격려를 하지 않겠냐는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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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비친 신동빈 회장과 이를 지켜보는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서로 비슷한 사업을 해오면서 오랫동안 경쟁해왔다. 본격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은 신세계백화점이 인천점을 롯데백화점에 뺏기게 되면서부터다. 신세계는 지난 1997년부터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부지 내 건물을 빌려 백화점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지난 2012년 인천시로부터 이 일대 부지와 건물을 9000억 원에 사들였다. 결국 신세계는 내년을 끝으로 인천점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한동안 롯데 트라우마를 앓았다. 임대로 운영되고 있던 강남점 부지를 샀고, 지난해 초 롯데가 광주신세계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신세계는 황급히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롯데 입장에서도 신세계그룹은 걸림돌이다. 롯데그룹이 국내 유통시장 곳곳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유독 대형마트 부문에서는 이마트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베트남 대형마트 사업, 강북 시내면세점 사업, 가정편의식(HMR) 제조사업 등에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정용진 부회장이 행사장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어 '롯데는 어떤 경쟁자냐'는 질문을 던졌다. 정 부회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위대한 동업자"라고 답변을 했다. '위대한'을 유독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 혼자 하는 것 보다 롯데그룹과 함께 하는 것이 파급효과도 있고 시장을 넓혀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두 사람은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부딪히지 않았다. 모쪼록 올해는 위대한 동업자인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유통시장, 나아가서는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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