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영구채, 재무구조 개선 효과 '글쎄' 신용평가상 자본성 기대치 이하…담보 해제물, 유동화 쉽지 않은 과제
김병윤 기자공개 2016-02-26 10:22:21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5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에 목이 마른 한진해운을 위해 대한항공이 다시 나섰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2200억 원 영구채를 대한항공이 전량 인수한 것. 한진해운이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회계상 부채비율 200%p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이다. 하지만 이는 영구채 발행으로 인한 회계적인 '착시효과'일 뿐,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기대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차적 효과는 유동성 확보다. 약 2800억 원에 달했던 기존 차입금 담보물이 담보 해지된 데 따른 것.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2011년 A0에서 지난해 광의의 부도 수준인 BB+로 추락했다. 이번 영구채 발행이 신용등급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지만, 유동성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보물 중 유동화가 쉽지 않은 부동산 비중이 큰 점은 계획된 유동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24일 만기 30년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2200억 원 어치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관계사인 대한항공이 영구채 2200억 원 어치 전액을 인수한다. 이번 영구채 발행 목적은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한진해운은 시장에서 영구채 투자자를 사전 태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자 수요를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대한항공이 다시 한 번 백기사를 자처하게 됐다.
◇영구채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
한진해운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결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847%에서 640%로 약 200%p 감소한다는 것.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영구채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계상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으로부터의 차입금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로 대체됨에 따라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신용평가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신용평가사들은 영구채와 같은 신종자본증권 경우 어느 정도까지 자본으로 인정할지를 평가하고, 이를 신용등급에 반영한다.
한진해운이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에는 발행 후 시간 경과에 따라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step-up) 조항과 조기상환이 가능한 콜(call)옵션이 포함돼 있다. 또 만기는 30년 이상이지만 발행자가 임의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고, 이자지급 시기도 한진해운이 조율할 수 있다. 파산 때 일반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낮은 후순위 성격도 갖고 있다.
신평사 기준에 따라 후순위성·만기영구성·이자지급 임의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영구채는 20~40% 정도 자본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관점에서 보면 영구채 발행 후 한진해운 부채비율은 766~794%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은 발행 전 대비 50~100%p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한진해운의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추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이자부담이다. 한진해운이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2500억 원을 차입할 때 이자율은 5.4%였다. 하지만 이번 영구채 금리는 발행 후 1년까지 9.575%고, 스텝업 조항에 따라10.575%(발행 후 1~2년), 14.575%(발행 후 2년~만기)로 점차 증가하게 된다. 이자율이 상승한 만큼 한진해운은 부담이 늘게 됐다. 물론 한진해운이 이자지급을 유예할 수 있지만, 이자상환 부담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제된 담보물, 유동성 확보에 얼마나 기여할까
한진해운 입장에서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다른 효과는 유동성 확보다. 한진해운은 2013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자사주 1380만 주, 선박 4척, 투자주식(H-Line 해운주식 234만여 주), 해외부동산(2014년 감정가 400억 원)을 담보로 제공했었다. 2014년 기준 담보물 총 가치는 2787억 원 정도였다.
담보물 중 자사주와 투자주식은 특성상 쉽게 현금화가 가능해 유동화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박과 해외부동산 경우 자산이 현금을 창출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즉, 유동화 확보 측면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런던사옥 경우 현지 사정상 런던 외곽 부동산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고, 유럽 경기침체·은행 부실사태 등으로 인한 투자부담이 존재한다"며 "부동산의 경우 실거래나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자산유동화증권 방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상표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