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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달라진 삼성전자 주총 풍경 3시간 22분 마라톤 진행… 주주 중시 문화 정착

정호창 기자공개 2016-03-14 08:15:04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1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전자 주주총회 풍경이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 권위주의적이던 진행방식을 버리고 소액주주의 발언과 의견에 충실히 귀를 기울이는 등 '주주중심주의'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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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47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11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오전 9시에 열린 삼성전자 제47기 정기주주총회는 오후 12시 22분이 되어서야 모든 절차를 끝마쳤다. 진행시간이 무려 3시간 22분에 달해 '마라톤 주총'이란 수식어가 붙게 됐다.

국내 기업들의 주총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회사측 인사 주도로 10분 정도에 속전속결,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길어야 30분을 넘지 않는다는 점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특히 주주들의 찬반 의견 대립이 분명한 의안이 제시되는 임시주총과 달리 재무제표 승인 등 통상적인 안건이 다뤄지는 정기주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띄는 풍경이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번 정기 주총을 진행한 권오현 부회장과 경영성과 발표 등에 나선 삼성전자 경영진은 소액주주들에게 충분한 발언권과 질의 시간을 부여했다. 주총 안건 처리에 있어서도 단 1명의 주주라도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이를 무시하지 않고 일일이 표결 절차를 진행하는 등 주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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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의 이 같은 변화는 이 부회장(사진)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등장한 풍경이다. 삼성전자 정기주총은 2014년까지 통상 40분 정도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2시간 가량이 소요됐고 올해는 3시간을 넘겼다. 이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가 발언 도중 "삼성전자의 주총 모습이 정말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재계에선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경영방침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오랜 와병 생활에 들어간 후 2014년 하반기부터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선 이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대변되는 특유의 실용주의와 함께 주주중심주의를 경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이상 그에 걸맞는 글로벌 경영철학과 원칙을 가져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후 주주이익에 신경쓰는 모습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적자로 조단위 유상증자 시행이 불가피하자 주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재를 털어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하고 실행에 옮겼으며, 일각에서 삼성전자 주주환원 부족을 지적하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분기배당 근거를 마련한 점도 주주이익 제고를 위한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다.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그룹재편과 지배구조 정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주반발과 잡음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우대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과 반발 등이 이 부회장 뇌리에는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조부와 부친과 달리 주주자본주의가 깊게 뿌리내린 미국에서 글로벌 경영수업을 받은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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