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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장고 한화케미칼, 완벽 타이밍 사무라이본드 '데뷔' 국내 민평 금리 상승, 스왑해도 엔화가 저렴…최저 금리 달성

이길용 기자공개 2016-11-08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4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케미칼은 2008년 일본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은 이후 꾸준히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외화채권) 발행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었다. 올해 마침내 BBB급에서 탈출했고 악화됐던 스왑(Swap) 시장이 진정되고 국내 원화 채권 시장의 민평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화케미칼은 마침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1996년 삼성전자 이후 KT·포스코를 제외한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발행에 성공해 한국물 발행사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 2008년 JCR 등급 의뢰..올해 A급 상향, 투자자 모집 가능해져

한화케미칼이 일본 신용평가사인 JCR(Japan Credit Rating Agency)로부터 신용등급을 최초로 부여받은 시점은 2008년이다. 당시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었다. 8년 동안 한화케미칼의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됐다. 지난 6월 A-로 한 노치 등급이 상향되면서 한화케미칼은 일본 시장에서 마침내 A급으로 발돋움 하는 데 성공했다.

사무라이본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A급 회사채에 포함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우리나라 크레딧물은 일본 신용등급이 A급을 넘지 않으면 투자를 못하는 기관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위해서는 A급 이상의 신용등급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투자자 모집이 가능해지면서 한화케미칼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타진했다. 다만 올해 초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스왑 베이시스(Swap Basis)가 악화돼 엔화 조달 자체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이후 엔화 조달이 끊겼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 엔화 조달 환경 안정, 스왑해도 원화보다 낮은 금리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엔화-원화의 스왑 베이시스는 1%가 넘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대한민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달러화 조달 금리가 낮아져 국내 한국물(Korean Paper·KP) 발행사가 엔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었다.

마이너스 금리가 10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100bp가 넘는 엔화-원화 스왑 베이시스가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9월 이후 원화 시장의 채권 금리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케미칼도 민평 금리 상승을 피할 수는 없었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3년물 한화케미칼의 개별 민평은 2.57%였지만 두달 후인 11월 2일에는 2.84%로 27bp 벌어졌다. 민평 금리가 상승하면서 스왑을 해도 국내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일 3년물 200억 엔 사무라이본드에 대한 프라이싱을 실시했다. 엔화 스왑금리(YSO)에 7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했는데 엔 스왑금리가 2bp에 불과해 쿠폰 금리는 0.72%를 기록했다. 엔화를 원화로 스왑하고 기타 비용을 고려해도 한화케미칼은 2.5% 웃도는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 민평 금리 기준으로 약 20~30bp는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방침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582억 원과 600억 원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했다. 현금으로 상환했던 한화케미칼은 원화 시장보다 싸게 자금을 조달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 1996년 삼성전자 이후 민간기업 최초...한국물 발행사들 관심

한국물 발행사 중에서 민간 기업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사례를 찾기 위해서는 20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6년 삼성전자가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이후 KT를 제외하면 민간 기업 중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화케미칼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전세계 민간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2011년 아메리카 모빌(America Mobil)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딜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기조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물 발행사 중에서 사무라이본드는 대부분 국책은행과 공기업, 시중은행들의 시장이 형성됐다. KT와 포스코도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등장했지만 출발점이 공기업인 두 회사와 민간 기업은 일본 투자자들의 인식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본 시장의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화케미칼은 A- 등급으로 한국물 사무라이본드 중 역대 최저 금리를 달성했다. 이로 인해 사무라이본드에 관심을 갖는 한국물 민간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bp가 넘는 스왑 베이시스로 인해 국내 초우량 발행사인 국책은행과 공기업 등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신용등급이 A+인 한화케미칼과 같이 국내와 일본 모두 A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후보 군들은 사무라이본드 조달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딜은 노무라금융투자, 모간스탠리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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