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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 "LP 다양성 훼손 우려된다" [한국벤처투자-성장금융 통합논의]"통합 이전 각 영역별 벤처투자 역할 충분히 고민해야"

박제언 기자공개 2017-06-01 08:04:33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12: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작 이들 기관에서 자금을 받아 벤처투자를 집행하는 벤처캐피탈들은 두 기관의 통합이 향후 벤처생태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기적으로 대기업이나 연기금 등 민간 유한책임투자자(LP)의 출자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기관을 합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나눠진 투자재원을 단일화해 물리적인 출자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 정책도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관성'을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벤처투자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수년째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는 민간 모태펀드의 다양화에 배척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A 벤처캐피탈 대표는 "두 기관의 통합 추진은 시장 논리와 어긋난다"며 "단순하게 정부에서 한 기관에서 관리하기 위해 양대 모태펀드를 통합한다는 것은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된 모태펀드가 정책자금의 성격이라면 대부분의 운용사(GP)는 정부 눈치만 보게 될 것"이라며 "벤처산업은 정책목적이 필요하긴 하나 수익성도 분명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성장금융은 민간 성격의 모태펀드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많이 출자돼 정부 기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성장사다리펀드(운용사 한국성장금융)의 태생 목적이 민간 출자자 유치를 통한 민간 모태펀드였다.

성장사다리펀드 운용 자체도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와 다르게 하고 있다. 운용사에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벤처 육성에 힘을 주고 있다. 정책에 얽매어 펀드의 수익을 놓치는 일은 없게끔 하고 있다.

B 벤처캐피탈 대표는 "두 기관이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성격은 다소 차이난다"며 "벤처캐피탈들도 다른 성격의 자금을 특성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성격의 민간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역동성에도 도움을 준다.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초기기업은 정책성 자금을 필요로 하지만 초기기업을 벗어나 성장단계 기업은 또다른 성격의 자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의 자금도 벤처캐피탈에서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초기기업 투자와 달리 메자닌(mezzanine) 투자가 더 효과적이다. 수익성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기관 통합 이전에 벤처투자 역할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고민 없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 벤처캐피탈 대표는 "기관 통합의 고민 이전에 벤처투자 영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벤처'라는 이름을 단 업무영역을 중소기업벤처부(가칭)로 몰아갈 욕심만 내면 안된다는 의미다.

D 벤처캐피탈 대표도 "사모투자펀드(PEF)와 벤처캐피탈을 각각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벤처부로 나눠 담당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의 고민부터 해야 한다"며 "벤처캐피탈을 단지 벤처기업 지원으로만 볼 것인지 벤처금융으로 또다른 금융산업으로 볼 것인지 역할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 벤처캐피탈 대표는 "두 기관이 나눠져 있었을 때 특별한 문제점이 부각돼 통합하는 게 아니라면"이라고 전제를 달고 "차라리 두 기관의 통합보다 산재된 벤처 관련 법 통합을 먼저 논의한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재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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