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9일 1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요 면세점 업체들의 신용등급에 줄줄이 '부정적' 전망이 붙으면서 신용도 사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대 중국관계가 개선되고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면세점이 지금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요 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는 19일 여의도에서 '주요 면세점 사업자의 등급전망 조정 사유 및 전망'을 주제로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어든 것은 물론 정부 정책 문제로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수요·공급상 업황이 모두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면세점 시장은 더이상 적정 수준의 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수가 다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구조조정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 시장회복은 힘들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을 볼 때도 중국 관광객보다는 수익성 악화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홍 위원은 "중국인 입국자수는 3월부터 급감했지만 1분기 기준 영업수익성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면세점 외형이 성ㅈ장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축소돼 왔다"고 밝혔다. 2014년 말 6개점이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현재 10개점으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약 13개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면세점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외형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알선수수료, 판매촉진비 등 영업비용 부담이 늘어난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국 시내면세점의 알선수수료는 지난해말 기준 총 9672억 원에 달한다. 시내면세점 단체관광객 매출액 대비 20.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부 신규 면세점은 30% 내외의 과도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 유치비용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주요 면세점 수익구조 정상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해외 공항 면세점의 입차료 부담도 늘어났다. 호텔롯데는 인천공항 영업면적 확대로 임차료가 늘어났다.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이외에도 싱가폴공항에 임차료 부담이 과중한 상태다. 다만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8월 등급 강등의 요인으로 지적받았던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을 정리해 입차료 부담이 완화됐다.

수익구조 악화로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영업이익률은 4.8%에서 올해 1분기말 0.3%까지 감소했다. 호텔신라도 같은 기간 2.1%에서 1%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AA+), 호텔신라(AA)의 신용등급 전망을 타 신용평가사에 앞서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단기등급도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한노치씩 내렸다.

홍 위원은 "매출 실적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창출 능력에 주목할 계획"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업계 내 기존 상위업체들과 신규 사업자간 '치킨게임'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상위업체인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유통부문 경쟁력이 우수한 신세계이 3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점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정해진다면 시장의 정상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