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지분 4%가 절실했을까 ①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대가성 여부…승계청탁 VS 사업 판단
김일문 기자공개 2017-08-07 07:58:13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둘러싼 재판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에 대한 쟁점들은 각종 억측까지 낳고 있다. 더벨은 삼성 재판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시 한번 짚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4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 4%는 얼마나 절실했을까.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핵심 인사들을 기소한 박영수 특검팀의 주장은 간단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이를 주도한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최순실 등 국정농단 당사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이 최순실 등에게 각종 명목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관련 금품을 두고 '댓가'를 요구했는지 여부가 뇌물죄 여부를 판가름짓는 쟁점이다. 뇌물죄는 '금품'과 '청탁'이 함께 오고 간 경우 적용된다. 형법 129조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았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33조는 뇌물을 공여한 자도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말 지원이나 각종 재단에 지원금을 내고 특정 청탁을 의뢰했어야 한다. 특검은 여러 정황상 이같은 청탁이 오갔다고 보고 있다. 특검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청탁이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완성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관련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높인 것은 팩트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가 나온 직후 시장의 반응도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지분 3.5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4.25%, 삼성생명이 7.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0.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더하면 18.46%의 수준이다.
삼성물산 합병전으로 돌아가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은 17.64%로 집계된다. 이건희 회장 3.38% 삼성물산 4.06%, 삼성생명 7.21% 등이다. 1% 미만의 다른 주주들을 다 더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17.64%로 집계된다. 실질적으로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변동은 없었으나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지분율이 다소 차이가 발생했다.
삼성그룹의 경영 승계를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넘겨 받는 것이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작업이 이를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를 위해 일련의 작업을 진행했고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청탁했다고 지적했다.
강백신 특검 파견검사는 "승계작업은 복잡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 작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고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처럼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 승계가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올 상반기 기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08%를 확보한 최대주주이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2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지배력은 단순히 지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간 촘촘히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와 경영 구조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바탕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 확보한 삼성전자 지분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및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데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재판부와 신문 과정에서 "3대째가 되니 창업하신분들이 갖고 있는 것과 다른 사회적 요구 사항과 역할을 (부여받는다)며 "단순한것 보다 사회에서, 가깝게는 회사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율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 제 입장에선 몇프로, 3,4%가 중요할 것 같지 않다"며 "올바른 경영자로 자리잡기 위해 사회적 인정, 회사에 비전을 줄 수 있는 능력, 이런게 더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또 "만약 합병이 되지 않았더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며 "삼성전자내 내 역할과 지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고객들이나 주주들에게도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4%를 간접 확보하기 위해 뇌물죄란 위험을 감내했을 지는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건 아니건 실질적으로 삼성의 승계자란 타이틀엔 변함이 없었을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시장에서 관련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합종 연횡을 통해 지분을 옮기는 것은 한쪽 주머니에서 다른쪽 주머니로 지분을 옮기는 것일 뿐 실질적인 지배력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4%는 그리 절실한 지분이 아니었던 셈이다.
김준모 변호사는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승계작업을 통한 목표는 의결권 확보인데 승계작업을 마쳤다고 해도 삼성전자 의결권엔 변동이 없다"며 "다양한 목적과 필요에 의해 준비된 계열사간 현안에 불과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간 합병은 사업시너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해외 인프라가 풍부한 삼성물산과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노하우를 갖추고 자산이 풍부한 제일모직을 더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 왔다.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추진됐다"며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이 회사를 상장한 이후 성장 방안을 모색했는데 해외 인프라가 전혀 없었고 삼성전자 다음으로 해외 인프라가 강한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여러 시너지가 있겠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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