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스프링운용, 간판펀드 '흔들'…물갈이 신호탄? ② [자산운용사 경영분석/펀드분석] 이례적 충당금 적립...펀드운용 자산 역신장
서정은 기자공개 2017-08-28 09:35:5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3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간판펀드들이 힘겨운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회사를 빛냈던 뱅크론펀드가 판매사들의 외면을 받았고, 다른 간판펀드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내부적으로 하반기 영업환경도 녹록지 않다고 보는 상황. 이 가운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인력 변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조용히 쌓았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수탁고 역신장…3개 대표펀드, 기대 못미친 수익률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 운용자산은 5조 373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모펀드는 3조 5600억 원, 사모펀드는 1조 8130억 원이었다.
전년 말과 비교했을 때 전체 운용자산은 1800억 원이 감소했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는 각각 1450억 원, 35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수탁고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2013년 4조 3000억 원, 2014년 4조 6220억 원, 2015년 5조 3700억 원, 2016년 5조 5520억 원 등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공모펀드가 주춤했으나 사모펀드가 이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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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을 대표하던 간판펀드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헤지형, A클래스 기준) 0.10%에 그쳤다. 최근 1년 및 3년 수익률이 4.42%, 9.15%에 달했으나 올 들어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에 대비해 뱅크론 수요가 늘었고, 발행사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과거 성과가 유독 좋았던 점도 최근 상황과 대조돼 발목을 잡았다. 언헤지형의 경우 상반기 -4.63%의 수익률로 성과가 더욱 나쁘다.
해당 기간동안 뱅크론펀드(헤지형)에 유입된 금액은 3500억 원이다. 전체적으로는 자금유입이 있었지만 6월을 기점으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액이 4500억 원 가량 늘어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다른 간판펀드인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헤지형과 언헤지형의 상반기 수익률은 각각 6.93%, 2.69%에 그쳤다. 가장 최근 수익률(22일)을 기준으로 봐도 연초 후 수익률이 9%(헤지형), 4.89%(언헤지형)로 동종유형대비 92.71%, 96.36%로 최하위권이다.
홍콩 H주가 달러 약세,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상반기 호조를 보이면서 중국A주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영향이다. 다만 6월 들어 중국A주(내국인 전용) 상장사 일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에 편입되면서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960억 원이 빠져나갔다 .연초 후 10.26% 성과를 거뒀으나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18%의 절반 수준에 그친 탓이다.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펀드는 2006년 처음 설정된 펀드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설정액이 가장 컸다. 하지만 올해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이스트스프링베스트그로쓰4펀드에 설정액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 조직변화 대비 충당금 적립…인력 쇄신 시작될까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하반기에도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판펀드의 입지를 회복시켜야할 뿐 아니라 대체투자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도 드라이브를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수익성 확대를 위해 비용을 절감했던 것과 달리 상반기에 영업비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영업비용 중 급여로 책정한 금액은 57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가 증가했다. 회사측은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향후 발생할 인건비 일부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다고 밝혔다.
충당부채 인식요건에 따르면 과거 사건이나 거래의 결과로 현재 의무가 존재하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원 유출 가능성이 높고, 이행에 소요되는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어야 충당부채로 쌓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 요건 성립 조건 등을 따져보면 조직 변화에 대한 이행계획이 잡혀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충당금은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법인과 조율한 결과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구조조정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기 위해서는 명확한 내부 기준이 있어야한다"며 "이 사례의 경우 법인세 등 여러가지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회계처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또한 "이런 경우는 구조조정 등 여러 조치를 계획 중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회사별로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고, 인력 변화가 없을 경우 충당금을 다시 환입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구체적인 충당금 규모와 근거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여러가지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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