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협 이대로 좋은가]무조건 '반대'…레드라인 넘었다②대안 제시 없어…향후 국민은행장 인선 노림수 관측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7-09-21 10:58:13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드라인을 넘었다."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의 과도한 경영간섭을 두고 나온 말이다. 지난 5일 KB노협이 회장 선임절차 중단을 요구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또 다시 사측의 설문조사 조작 의혹을 들고 나오면서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자칫 KB노협이 감정싸움에 치우쳐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시 꺼내든 선거 개입 의혹
윤 회장과 KB노협 사이의 불협화음은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선거에 내부 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현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무효 처리와 후보자 자격 박탈에도 소송을 통해 최종 당선됐다. 박 위원장 측은 이 과정에서 사측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이 확대될 수 있었으나 윤 회장이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윤 회장은 지난 8월 노조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부정 개입 의혹을 받아온 임원 두 명은 자진 사퇴했고 노사는 PC오프제(PC강제종료) 등에 합의를 했다.
KB노협은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시작되자 다시 이 문제를 꺼냈다. 박 위원장은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윤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여기에 일주일 만에 윤 회장 연임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와 관련해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KB금융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린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반대치고는 명분이 약하다. 예컨대 KB노협이 차기 회장 선임절차와 관련해 윤 회장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회전문 인사'다.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외이사 선임 규정은 정부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제정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기반으로 정한 것이다. 또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현 CEO가 참여하는 것은 KB금융에 국한된 사안도 아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우리은행 역시 현 CEO인 이광구 행장을 임추위 멤버로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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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노협이 지난 13일 경찰에 고발한 설문조사 개입 의혹도 '진실공방'과 함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KB노협은 사측이 윤 회장 연임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17개의 단말기를 이용, 인터넷 접속 기록을 삭제한 후 중복응답하는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KB노협이 제시한 증거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윤 회장이 논란거리를 스스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선 차기 회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KB노협이 현 회장에 대한 연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KB금융 직원은 "윤 회장에 대한 공과(功過) 평가 없이 단순히 연임 여부만 묻는 것은 잘못됐다"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설문을 진행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안 없는 반대, 옳은가
또 다른 문제는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KB노협의 주장 속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경영상 과실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거나 브랜드가치 훼손 혹은 비리혐의에 휘말리지도 않은 회장을 무조건 안 된다고 몰아붙인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이러다보니 '감정싸움' 또는 '흠집내기'로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KB노협이 내세운 대안은 오는 11월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7조4항에 따라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면 될 뿐 대안이 될 수 없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7조4항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경우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주주(의결권 기준 지분 0.1% 이상 보유)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후 사외이사 선임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윤 회장 이외의 특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든 후보를 반대하는 입장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KB노협 역시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 CEO 인선과 관련해 노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국민은행장직'에 주목하고 있다. KB노협, 특히 국민은행 노조가 차기 행장 인선에서 친노조 인사를 앉히려는 시나리오 아니냐는 추측이다. 인력관리(HR)를 담당하는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노협이 의혹만 제기하며 흠집내기에 나설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노림수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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