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가 SK엔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사실상 인수를 확정지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와 한앤컴퍼니가 맞붙은 이번 인수전은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되며 한앤컴퍼니의 압도적 우세가 처음부터 점쳐졌다. 예상대로 한앤컴퍼니가 승리를 거머쥐긴 했다. 하지만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인수 초반까지만 해도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투자설명서(IM)가 제한적으로 뿌려지고 인수 후보도 선별적으로 초대돼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합류가 예상 외라는 반응이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되며 인수 문턱을 하나씩 넘어섰음에도 한앤컴퍼니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가려 비중 있는 인수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마지막 관문인 본입찰에서도 유력 인수후보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중도 포기하고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예상 밖 선전을 펼쳤지만,거대 운용사에 맞선 중소형 운용사의 경쟁 능력에 대해 의문부호는 여전했다.
시장은 당연히 한앤컴퍼니의 싱거운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우협 선정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SK그룹에서 한앤컴퍼니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 인수조건을 수정해 다시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초 제시 조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정 제안 과정을 거치면서 한앤컴퍼니는 2000억 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패자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에도 주목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가격 면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R&W)', 고용 승계 등 세부 계약 조건 측면에서 우호적인 제안들을 제시해 끝까지 매각자를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일찌감치 SK엔카의 매물화 가능성을 감지하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번 인수전에서 제안된 다양하고 차별화된 조건들은 그 결과물이었던 셈. 시장에서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SK엔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완주 과정에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란 이름을 시장에 각인시키고 가능성과 저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규모와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중소형 운용사로서 전략적 묘미를 발휘해 경쟁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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