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19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벤처캐피탈치고 KTB네트워크 출신 인력이 한 명도 없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2000년대 벤처 열풍을 이끌던 KTB네트워크의 조직 규모가 워낙 컸고, 그 당시 심사역들이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업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주니어 심사역이었던 이들은 지금은 십수년 경력의 베테랑 심사역이 되어 요직들을 맡고 있다.코오롱인베스트먼트의 차기 수장을 맡게될 안상준 부사장도 KTB네트워크 출신이다. KTB네트워크가 배출한 대표이사가 한둘이 아님에도 이번 인사는 KTB네트워크 출신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정통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는 드물게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탈의 사장을 맡게 된 것이다.
현재 대기업 계열의 벤처캐피탈을 보면 대부분 그룹 출신의 인사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투자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대표들도 있지만 정통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할만한 경우는 전무하다. 벤처캐피탈이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인 점을 감안하면 특이하게 볼 수도 있는 현상이다.
물론 경영 전문가가 심사역 출신보다 벤처캐피탈의 경영을 더 잘해낼 수도 있다. 문제는 긴 호흡이다. 벤처펀드의 경우 조합을 결성해서 투자, 회수 단계를 지나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런 긴 사이클은 임기 몇년내에 성과를 보려하는 전문경영인과는 상극인 셈이다.
내부에서 잡음도 많은 편이다. 대기업 계열의 벤처캐피탈 중에 보수적이고 경직된 의사구조를 가진 곳들이 많다보니 자유분방한 심사역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가 잦다. 이런 기업 문화는 리스크 관리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트렌드가 매우 빨리 변하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특성을 갖는 벤처캐피탈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기업 계열의 벤처캐피탈 중에 업계에서 그룹 위상에 걸맞는 평가를 가진 곳이 드문 편이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도 아직은 그룹의 작은 계열사 중 한 곳에 불과하다. 동시에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갖추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변화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벤처캐피탈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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