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사업다각화? 돈 버는 계열사 없다 [갈림길 가스업]②에스파워·휴세스 등 5곳 순손실, '내실 다지기' 집중
심희진 기자공개 2018-01-15 08:04:52
[편집자주]
가스업은 대표적인 독과점 사업이다. 플레이어들은 단단해진 산업지위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업고 그룹 내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알파(α)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고착화된 사업구조 탓에 진일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갈림길에 선 가스업, 그 현주소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0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천리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도시가스 공급만으론 획기적인 수익 증대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종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지만 관련 법인 대다수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천리는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삼천리는 도시가스 공급으로 1조 1100억 원대 매출과 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0~20%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연평균 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산업용 도시가스 고객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액화석유가스(LPG) 등으로 연료를 바꾸면서 수익성이 주춤해졌다. 장기간 지속된 유가 하락,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제조업 침체 등으로 도시가스 사용량이 줄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삼천리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본업과 연관성이 적은 분야로 눈을 돌렸다.
기대와 달리 이종 산업에 대한 여러 투자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삼천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6개 자회사 중 5곳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낸 곳도 절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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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곳은 에스파워다. 삼천리가 2012년 한국남동발전, 포스코건설 등과 합작해 설립한 에스파워는 경기도 안산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삼천리 연결기준 매출액의 15%를 책임지고 있다.
에스파워의 수익성 악화는 저조한 공장 가동률과 관련이 있다. 국내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저렴한 발전원을 먼저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CBP(변동비 반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력 수요에 따라 원자력 발전, 석탄화력 발전, LNG 발전 순으로 공급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LNG 발전소의 가동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LNG 발전소 가동률은 20%대에 머물렀다.
안산 발전소 가동 첫 해 에스파워는 영업손실 4억 원, 순손실 16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에 본격 착수한 2015년 310억 원의 영업이익과 58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영업이익은 10억 원으로 감소했고 순손실은 2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는 71억 원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휴세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삼천리가 2006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만든 휴세스는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LNG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설립 후 지난 10년간 매출액은 100억 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고 같은 기간 누적된 순손실은 500억~600억 원에 달한다.
삼천리 관계자는 "민간 발전사업의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편"이라며 "에스파워가 설립됐을 때만 해도 LNG발전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기대를 모았으나 원자력 등에 밀리면서 고전 중"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등의 제도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발전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까지만 해도 1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던 삼천리이에스는 지난해 3분기 30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도시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삼천리이에스의 주요 제품인 가스히트펌프(GHP), 가스계량기, 정압기 등의 판매가 줄었다. 삼천리이에스의 영업이익은 2015년 44억 원, 2016년 28억 원으로 매해 쪼그라드는 추세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삼천리이앤이도 고전 중이다. 2008년 설립된 삼천리이앤이는 미국 멕시코만,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광구·광산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탐사 실패와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로 석유 및 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1000억 원이 넘는 손실만 낳았다.
신사업 진출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삼천리의 연결실적도 정체된 상태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00억~5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매출액은 1조 원에서 3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5%에서 1~2%대로 떨어졌다.
삼천리는 본업인 도시가스 공급을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수익 개선을 이뤄낼 방침이다. 최근 경기도와 인천시의 도시가스 가격이 각각 5%, 2%씩 인상됐다는 점이 호재다. 삼천리는 당분간 배관 등 도시가스 관련 설비를 개선하는 데에만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외식 사업 등을 영위하는 삼천리이앤지의 경우 지난해부터 실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신규 사업을 확장하기 보단 도시가스 공급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쌓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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