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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손실 '제로'…주목받는 현대산업의 선택 컨설팅 받아 해외사업 사실상 '포기'…국내 주택·건축·토목에 집중

이상균 기자공개 2018-02-12 08:17:14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9일 09: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로 매각작업이 중단되면서 새삼 현대산업개발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천 억 원 규모의 해외손실을 입는 것과 달리 현대산업개발은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7위(2017년 기준)에 걸맞지 않게 해외사업도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사업 역량이 떨어진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무리한 해외수주를 지양한 결과다.

◇공사비 확보한 해외사업만 선별 수주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해외사업에서 3347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액은 모로코 사피화력발전소 3084억 원, 카타르 고속도로 프로젝트 263억 원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의 매각 협상은 전면 중단됐다. 2016년 해외사업 부실로 754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또 다시 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호반건설은 인수 협상을 접었다.

건설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중동에서 발주한 플랜트 공사를 놓고 국내 건설사간 출혈 경쟁을 벌인 후유증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가 수주한 공사가 상당수 남아있다는 점은 이 같은 어닝 쇼크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우건설뿐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모두 한 차례 이상 수 천억 원 규모의 해외손실을 경험했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한 예외는 현대산업개발이다. 이 회사의 해외사업 실적은 별도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미하다. 건설사업본부 산하에 해외사업팀이 있지만 인원수는 22명에 불과하다. 해외사업팀이 만들어진 것이 2010년으로 업력도 짧다. 팀 규모가 작아 건축과 토목사업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담당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사업은 베트남의 교량과 도로 건설이 유일하다. 지사도 베트남 한 곳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전략으로 해외사업을 운영한다. 공적원조자금이 들어간 사업만 수주한다. 공사비를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해외사업 역량이 떨어지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경험을 쌓자는 전략"이라며 "절대 무리한 해외사업 수주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컨설팅 받아 국내 주택사업 '집중'

현대산업개발은 태초부터 해외사업과 거리가 멀었다.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하면서 해외사업을 모두 현대건설에 넘겨줬다. 대신 국내 주택, 건축, 토목사업에 주력했다. 이후에도 해외사업에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국내 사업에만 전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현대차에서 넘어온 이후 장기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다수의 컨설팅을 받았다"며 "컨설팅 결과, 리스크 높은 해외사업 보다는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의 국내 사업은 해외 사업과 전략이 다르다. 직접 택지를 확보해 개발, 시공까지 맡는다. IMF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리스크가 높다며 개발 사업을 포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2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면서 현대산업개발은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부실로 부침을 겪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4조 1260억 원, 영입이익 543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6%, 영업이익은 33.5%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실적 호조는 주택부동산 경기 호황을 등에 업은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대비를 잘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해외사업으로 골치를 섞는 대형 건설사들이 참고할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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