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투자계획 10배로…재무부담 없나 작년 3Q 누적 690억→올해 6970억 예정…"과중하다" 시각도
김일문 기자공개 2018-02-19 15:07:22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이 작년 대비 10배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재무구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 동안 미뤄왔던 설비투자를 본격화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지만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SK실트론은 최근 공시를 통해 올해 6970억 원 규모의 2018년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실트론은 시장 수요 증가에 대비한 생산 능력 확대와 제품 대응력 강화, 노후 설비 개선에 돈을 쓸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SK실트론의 자본적 지출 규모 690억 원 가량과 비교할 때 무려 10배나 많은 규모다.
SK실트론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외형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과거 SK실트론은 실적 악화로 인해 설비투자에 인색했다. 특히 LG실트론 시절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던 탓도 크다.
이러한 패턴은 최근 5년간 자본적지출 규모로 알 수 있다. 자본적 지출은 설비투자와 유지보수 비용을 더한 금액이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SK실트론의 자본적지출 규모는 매년 평균 500억 원에서 600억 원 남짓에 그쳤다. 2015년 자본적 지출 규모는 690억원, 2016년엔 71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지출 규모는 사업보고서가 나온 뒤 확인이 가능하지만 업계에선 700억~800억 원 대로 추산하고 있다.
SK실트론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3000억 원씩,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7000억 원이 넘는 설비투자에 나선 바 있다.
시장에서도 SK실트론의 투자 계획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 설비의 유지 보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캐파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SK실트론은 투자 지연에 따라 내부 시설들이 상당히 노후화 된 상태"라며 "일부 설비를 자동화하고 생산캐파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SK실트론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지만 7000억 원에 달하는 설비투자가 다소 과도하다는 평가다. 특히 재무구조에 일정 부분 부담이 불가피 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SK실트론은 누적 매출(연결 기준) 6831억 원, 영업이익 860억 원을 각각 기록중이다. 반도체 업체들 대부분이 4분기에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실트론의 작년 전체 실적은 전년도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나아지면서 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 2014년 1조 원에 달했던 총차입금은 차츰 줄어들어 작년 3분기 5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투자로 인해 차입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실트론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이다. 또 이번 투자를 위해 회사채 외에도 대출 등 직접 조달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 업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업황이 꺾이면 공격적인 설비 확충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점, 동종업체들의 웨이퍼 공급 경쟁 등을 고려해 향후 SK실트론의 실적과 재무구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K실트론의 이번 투자는 벌어들이는 돈 대비 다소 과도한 감이 없지 않다"며 "반도체 업황이 2019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에츠, 썸코 등 글로벌 웨이퍼 메이커들도 작년 4분기부터 투자에 집중하고 있어 공급 확대에 따른 영향도 관전포인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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