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새판짜기 정현호 사장 '주도' 작년말부터 인선 작업…사외이사추천위원회서 최종 추인
김일문 기자공개 2018-02-26 08:10:00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3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통해 세 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정현호 사장(사업지원TF장, 사진)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삼성전자 사외이사는 등기임원들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으로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정 사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래전략실 시절부터 갖고 있던 풍부한 인재풀과 네트워크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실을 통해 다시 힘을 발휘했다는 전언이다.
23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 총 3명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외국계 CEO 출신과 여성 중용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을 다변화 시키겠다는 삼성전자의 기존 방향과 부합하는 결과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전부터 외국계 CEO 출신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한국계 미국인으로 실리콘 밸리 신화를 일으킨 김종훈 회장을 낙점해 명분도 쌓고 글로벌 안목을 지닌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외국계 CEO 출신의 사외이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약 3명의 외국계 사외이사가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는 두번째 여성 사외이사로 삼성전자 이사회의 변화 양상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2013~2015년에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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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오랜 기간 미래전략실에서 활약했던 사실과 무관치 않다. 정 사장은 2011년 경영진단팀장으로 미래전략실에 합류한 이후 2014년부터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인사를 관리해 왔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담당한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엔 내달 주주총회 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권오현 회장을 비롯해 김한중, 이병기, 박재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형식상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인물을 고르고 선출하게 된다. 헤드헌터를 비롯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물을 물색하고 섭외를 진행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이같은 실무를 담당한 인사팀이 필요하다. 인사 책임자는 적임자를 추려 오너의 재가를 받고, 마지막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의뢰해 위원회가 이를 추인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원칙대로라면 사추위에서 자체적인 인선 작업을 거쳐 평판 체크까지 담당해야 하나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러한 것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오너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대기업 사외이사는 우선 내부에서 법조인과 교수, 전문가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눈 다음 결격 사유 등을 확인하는 1차 점검 작업을 거친다. 이후 사외이사 직을 수락할 것인지 당사자의 의사를 물은 뒤 오너의 재가를 받으면 마지막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넘어가 최종 결정하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신규 사외이사 세 명의 선임 작업 역시 정현호 사장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이 작년 말 삼성전자로 복귀하면서부터 선임 절차를 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대기업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한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새 사외이사에 적합한 인물들을 모아놓은 인재풀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올라온 세 사람을 연초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에서 최종 보고 받았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내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박재완 사외이사는 이번 이사회에서 교체되지 않았다. 박 이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조성한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현재 검찰 조사중이다. 상법상 상장사 사외이사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그 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박 이사의 경우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사외이사직은 유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이사의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서상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사외이사는 물러나기 마련이지만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퇴가 결과적으로는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사외이사를 맡는 걸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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