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7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관예우를 기대할 기회조차 없었다. 모양도 이만저만 빠진 게 아니다. 향후 코스닥 기업공개(IPO) 일정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코스닥 입성을 위해 기술평가의 문을 두드렸다가 고배를 마신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이하 바이오인프라) 얘기다.최근 바이오인프라는 2곳의 기술평가기관에서 각각 A등급과 BB등급을 부여받아 기술특례 상장 최소등급조건(BBB)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향후 기술성 평가에 재도전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들인 공도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오인프라는 200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김철우 대표가 설립한 진단기 회사다. 소량의 혈액검사로 정확한 암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의 오랜 연구경험과 각종 국책과제 수행으로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술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약 20억원 규모의 매출실적을 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인허가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허가도 받지 않은 진단기로 암검사(보험혜택을 못받는 비급여성)를 진행해 매출을 올린 셈이다.
그래서 였을까. 바이오인프라가 코스닥상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진단기의 검증작업은 물론 학술 논문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성평가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스닥 IPO 심사의 포청천으로 유명한 박웅갑 한국거래소 전 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뭔가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바이오인프라는 은행, 증권, 벤처캐피탈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투자한 회사인데 일부 기관투자자는 상각을 염두에 둘 정도로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박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 상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장외주식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6000원선에서 형성되던 장외호가는 박웅갑 부사장이 들어온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초 한때 1만 4300원까지 급등했다. 기술성 평가만 통과한다면 코스닥상장심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B네트워크, 인터베스트 등 일부 벤처캐피탈은 신규 투자마저 검토했다. 구주를 갖고있던 기관투자자에게 지분매각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웅갑 부사장은 상장심사 베테랑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다. 외형적인 요건은 충족된 듯 보였지만 기술성평가를 통과할 기술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물론 기술평기기관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등급 A와 BB, 이렇게 두 노치의 간극이 발생한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평가기관간 감정싸움으로 번져 다음 평정에서 반대상황이 발생하는 시장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오인프라가 기술력을 인정받기보다는 그 외적인 부분을 더 기대하고 준비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어 보인다. 김철규 대표의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직함과 작년에 발생한 매출, 여기에 박웅갑 부사장의 이름값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바이오인프라가 식약처 인허가라도 받았다면 기술검증 논란은 오히려 기술성평가 제도의 공정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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