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반전 대한항공, 상환 부담에도 느긋 [영구채 콜옵션 만기 폭탄]실적·재무 호조, 계열 리스크 덜어…조기상환 후 후행적 차환 고려
이길용 기자공개 2018-03-12 13:26:33
[편집자주]
2013년과 2015년, 국내 대기업들은 재무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았지만, '콜옵션'에 붙은 스텝업 조항은 경제적 실질을 '부채'로 돌려놓았다. 2018년 콜옵션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환이나 차환이 불가피하지만,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영구채 상환 부담에 휩싸인 기업의 대처법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7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신용도 반전을 이뤄낸 대한항공이 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시점 도래에도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영구채 발행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꾸준한 자본확충과 수익성·재무구조 개선으로 지난해에는 영구채 발행에 성공해 반전을 이뤄냈다. 대한항공은 기발행 영구채의 조달 비용이 커 콜옵션을 행사한 후 시장과 회사 상황에 따라 후행적 차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6월 21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보험사·공제회 위주로 투자자를 유치했고 발행 금리는 6.4%로 결정했다. 발행사 콜옵션은 5년 후로 설정했으며 스텝업(Step-Up) 금리는 3.5%다. 당시 A급 발행사로는 은행 보증 없이 이뤄진 첫 영구채였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발행했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발행된 이 영구채는 콜옵션 시점이 발행 3년 후이며 발행 금리는 2.5%로 책정됐다. 스텝업 금리는 4%를 적용했다. 이 채권은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제공해 금리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은 신용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영구채 콜옵션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2016년 11월에는 외화채권 시장에서 영구채 발행을 타진했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딜이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달라진 모습으로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8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던 대한항공은 저유가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고 한진해운과 절연해 계열사의 과중한 재무부담에 벗어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재무부담의 주범이었던 한진인터내셔널(Hanjin International)이 자체적으로 성공적인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신용도가 좋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윌셔 그랜드 센터(Wilshire Grand Center)를 운영하는 한진인터내셔널은 수출입은행 보증을 통해 3억 달러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텀론B(Term Loan B)를 통해 6억 달러를 차환하는데 성공했다.
일련의 신용도 개선 효과로 지난해 6월에는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2016년말 연결 기준 1178%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72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재무제표는 공시되지 않아 부채비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은 500~600%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혈안이 돼 있었던 2016년과 달리 올해 대한항공은 영구채 콜옵션 시점이 도래해도 느긋한 모습이다. 2016년 당시에는 기 회사채들의 기한이익상실(EOD) 기준이 부채비율 1000%로 설정돼 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채비율을 낮춰야 했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500%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금융리스 비용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어 운용리스를 부채화하더라도 부채비율은 500% 이상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부터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조건에서 부채비율을 1500%까지 높인 상황이라 자본확충 부담이 급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과 11월 영구채 콜옵션은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영구채는 스텝업 금리가 높고 외화 영구채는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제공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수출입은행이 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시장 상황과 재무비율을 면밀히 검토한 후 영구채 차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영구채에 대한 요구 금리가 높아지지만 대한항공 자체 신용도는 지속적으로 좋아져 민평 금리가 낮아지는 상쇄 효과가 있다. 다만 회사 재무 상태가 개선돼 차환을 하더라도 발행 규모가 올해 콜옵션을 해야 하는 물량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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