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2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45일만에 첫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이 부회장의 유럽행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영 복귀의 신호탄으로 읽기도 한다. 사외이사로 연을 맺었던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를 방문할 수도 있고,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긴 여론의 눈치가 보이니 유럽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유럽과 인연이 깊다. 10여년 전 최고고객책임자(CCO)란 타이틀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을 당시 첫 출장지가 유럽이었다. 2007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를 방문하는 것으로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피아트로 유명한 이탈리아 엑소르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것도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올해 이 부회장의 유럽행을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론의 동향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좀 더 쿨해도 되지 않았을까. 소리소문없이 유럽을 찾기보다 뭔가 그럴싸한 이벤트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10년전에 찾았던 MWC를 다시 찾아 이번엔 갤럭시S9 언팩에 깜짝 등장했으면 어땠을까.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년전 MWC에서 열린 갤럭시S7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주커버그 CEO는 당시 VR을 시연하는 청중 사이로 슬그머니 걸어서 무대에 올라섰다. VR 헤드셋을 내리자 화면속 주커버그가 현장에 나타나는 상황을 연출했다. 전세계에 페이스북과 VR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벤트였다.
글로벌 기업들의 CEO들은 스스럼없이 대중과 어울리며 쿨한 이미지를 만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미국 TV토크쇼 엘렌쇼에 등장해 코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생필품의 값을 맞추는 코너에 출연해 너스레를 떨었다. 1달러짜리 스낵의 값을 5달러라고 답해 틀려 놓곤 "5달러를 내고도 사먹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들이 묻는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로봇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첨단 기업의 이미지를 덧 씌우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하는 새로운 영역에서 시장을 망가뜨린다는 비판도 받지만 제프 베조스는 쿨한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내세울 키워드는 아마도 '글로벌'일 것이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력으로 싸우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과 같은 일하는 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고 여론의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언제까지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 후드티는 아니어도 좀 캐주얼한 패션으로 대중 앞에 등장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무게를 조금만 덜어 내고 쿨한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삼송'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삼성맨들에게 뭔가 활기찬 에너지를 전해주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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