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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도 거뜬", 자본확충 고민 풀어낸 한화생명 원화 신종자본증권 수요 제한…우량 신용도, 높은 금리로 빅딜 완성

이길용 기자공개 2018-04-19 09:19:36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7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원화채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애를 먹었던 한화생명이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자본확충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등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안정적인 신용도와 4%대 높은 금리 덕분에 수요를 무난하게 모을 수 있었다. 올해 한화생명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의 물꼬를 트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16일 아시아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투자자 모집을 선언(announce)하고 북빌딩(수요예측)에 돌입했다. 이번 딜은 글로벌본드(RegS/144a) 형태로 이뤄졌으며 만기는 30년, 발행사에게는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부여됐다.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최초 제시 금리)는 5%로 제시했다.

북빌딩 결과 총 73개 기관이 16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은 발행 규모를 10억 달러로 확정했고 금리는 4.7%로 결정했다. 10억 달러는 지난 2007년 발행한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과 동일한 규모로 국내 영구채 중에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최종금리가 30bp 축소된 딜은 올해 한화생명이 처음이었다.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 기준 가산금리는 200bp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발행됐던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과 기업은행 코코본드 가산금리인 209bp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스왑을 통해 조달 비용을 3.5%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자본확충 방안은 대조적이었다. 한화생명은 원화채 시장에서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수요를 모으는데 애를 먹었다. 한화생명은 주관사와 인수단를 최대한 동원해 5550억원의 유효 주문을 이끌어냈다. 반면 한국물 시장에서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교보생명은 발행 규모의 10배에 가까운 주문을 이끌어낼 정도로 흥행했다.

국내 원화채 시장에서는 주요 투자자인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에 사실상 투자할 수 없다. 지급여력(RBC) 비율 계산식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위험계수가 주식과 동일한 12%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원화채 시장에서 수요 모집에 애를 먹었던 것은 보험사의 주문을 받을 수 없어서였다.

반면 한국물 시장에서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로 꼽히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모두 A1(안정적)과 A+(안정적) 등급을 평정받고 있다. 은행 코코본드와 달리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은 상각 조건이 까다로워 자체 신용도보다 두 노치 낮은 등급을 평정받는다. 은행 코코본드의 경우 자체 신용도보다 4~5노치가 내려간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A- 등급으로 발행이 가능하다. 이는 SK텔레콤, KT와 동일한 등급이다.

안정적인 크레딧과 함께 높은 금리도 얻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95%, 한화생명은 4.7%의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미국 국채 대비 20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일반 A- 등급 선순위 채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금리다. 우량 신용도와 높은 금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한국물 투자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금융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미·중 무역 전쟁 발발, 미국의 시리아 공습 등 금융 시장이 흔들릴만한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화생명이 프라이싱을 실시한 당일에 아시아에서는 9개 발행사의 채권이 동시에 북빌딩을 실시했다. 수요가 분산되면서 한화생명은 16억 달러를 모으는데 그쳤지만 10억 달러라는 빅딜을 완성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한화생명이 올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물꼬를 트면서 후발 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보험사 중 하위권에 속하는 흥국생명은 지난해 BBB+ 등급을 받고 신종자본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자체 신용등급이 대부분 BBB급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투자등급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자본확충은 외화로, 1000억원 이하 소규모 신종자본증권은 원화로 발행하는 행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딜은 JP모간, UBS, BOA메릴린치, 노무라금융투자가 주관했다. 법률 자문사는 김·장 법률사무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 심슨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 LLP)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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