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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한신평에도 평정 요청…'절차적 이견' 무산 [중국 기업 ABCP 부실]조속한 평가 요구, 부실평정 우려 거부…고육지책, 서신평으로 턴

양정우 기자공개 2018-06-01 11:14: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31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에너지기업의 '부도 ABCP' 발행을 주도한 증권사가 복수 등급을 위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도 등급 평정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기평에는 요청서를 제출했고, 한신평에는 유선을 통해 의견을 물었다. 이후 두 신평사는 나이스신용평가와 달리 절차적 이견을 이유로 진행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신용도 요청 이외에 어떤 평가 절차에도 나서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유동화주체는 복수의 ABCP의 유효 등급을 위해 서울신용평가에서 등급을 받는 방안을 선택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정제십이차(SPC, 1650억원)의 주관사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 평가 가능 여부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 신평사에선 평정에 나서지 않았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정제십이차의 발행 이전부터 딜에 적극성을 보여 'A2' 등급을 부여했다. 이 ABCP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보증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CERCG가 보증한 다른 달러화 채권(3억5000만달러, CERCG 보증)이 만기 상환되지 못하면서 금정제십이차 역시 적기 상환이 불확실해진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2 등급을 부여한 지 단 20일만에 서둘러 등급(C)을 조정했다. 기초자산 크로스 디폴트가 발생한 지 보름 가량 지난 후여서 뒷북평정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금정제십이차에 등급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두 신평사는 자산 평가에 앞선 계약 단계에서 이미 의뢰를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정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증권사와 이견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ABCP에 대한 평정은 일반적으로 '계약→기업평가→구조화금융평가' 순서로 이뤄진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대한 평정은 국내 발행사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ABCP 딜을 이끈 증권사와 신용평가사가 평정 기간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정제십이차를 발행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ABCP의 유효 등급이 필요했던 상황. 국내 신용평가사 2곳 이상이 매긴 신용등급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국내 3대 종합 신용평가사가 아닌 서울신용평가를 찾았다.

서울신용평가도 금정제십이차의 발행 당시 나이스신용평가와 같은 A2 등급을 부여했다. 이후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나신평과 같이 신용등급을 'C'로 떨어뜨렸다. 서신평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평정에 주력하는 신평사다. 향후 회사채까지 평가하는 종합 신평사를 노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빠른 시일 내 등급 평정을 받으려고 애썼다"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와 등급 계약을 맺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서울신용평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RCG의 회사채 원금 불이행은 중국 기업 신용평가에 대한 전방위적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업체에 대한 기업실사와 현지 법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부실 평가가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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