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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용불안, '강제상환 사모채' 줄줄이 장기물 전환 목적, 하향 리스크 상쇄…발행사·투자자 니즈 일치

김시목 기자공개 2018-07-09 13:25:36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6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강제상환 옵션이 달린 사모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BBB급 하이일드채권은 물론 AA급 우량 등급을 보유한 곳까지 신용도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소수 기업에 한정된 현상으로 보이지만 비슷한 사례가 점차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강제상환 조건이 신용 불안에 직면한 발행사와 보수적 투자자의 니즈가 합치한 결과로 해석한다. 발행사는 단기성 차입금을 장기로 전환하는 등 조달 성사를 위해 옵션을 받아들이고 있다. 기관 역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 사모채 '강제상환 옵션' 잇단 등장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강제상환 조건이 부여된 사모사채 발행은 총 8건(3000억원) 성사됐다. 호텔롯데가 무려 네 차례로 가장 많았고, LG디스플레이가 두 차례로 뒤를 이었다. A급 이하 신세계조선호텔과 두산인프라코어가 한 차례씩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제상환 조건이 부여된 사모채는 전무했다. 발행사나 투자자 여건에 따라 콜옵션이나 풋옵션은 종종 걸리긴 했지만 강제상환 조건의 경우 찾아보긴 힘들었다. AA급 신용등급은 물론 A급, BBB급까지 신용도를 막론하고 등장했다.

강제상환

이들 이슈어는 모두 최근 수년 간 신용도 변화를 경험했거나 추가 하향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기업들은 사모채에 달린 강제상환 조건에 따라 조달 당시 등급에서 2~3 노치 추가 하락할 시 즉시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실제 호텔롯데는 오랜 기간 'AA+'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면세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으며 등급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부정적' 아웃룩이 부여되며 기존 등급(AA0)을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신세계조선호텔과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는 "발행사는 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의지가 강하지만 강제상환 조건을 붙여서만 투자자 확보가 가능한 경우가 생기며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기관들 역시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무조건 꺼릴 이유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 발행사-투자자 니즈 일치, 확대 전망

강제상환 조건 회사채의 경우 발행사와 투자자 니즈가 모두 합치된 결과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상환 트리거의 경우 등급 줄하향인 경우가 많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발행 금리도 실제 개별 민평금리와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

호텔롯데는 과다한 단기성 차입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줄곧 회사채 시장을 찾아왔다. 공사모를 넘나들면 장기물 확보에 나섰다. 강제상환 사모채 역시 계획의 연장선이다. 사실상 신용등급이 2~3노치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도 큰 변수로 보지 않았다.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이들 기업의 장기물 투자에 나설 경우 강제상환 조건을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는 보호 수단으로 삼고 있다. 등급 줄하향 가능성이 높지않더라도 최근 신용도 위기를 꾸준히 겪은 점을 고려한 의사결정이란 설명이다.

IB 관계자는 "아직은 일부 이슈어가 제한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신용 위험이 있는 곳의 경우 강제상환 조건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며 "기관들 역시 큰 폭의 등급하향 가능성이 낮은 곳이라는 점에서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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