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08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리츠 제외)에 도전해 수요예측까지 마친 기업은 단 네 곳이다. 이 중 세 곳만 IPO를 완주했다. 올해 딜 규모 수위인 애경산업(1979억원), 티웨이항공(1920억원), 롯데정보통신(1277억원)이다. 조 단위 빅딜이 넘쳤던 여느 해 대비 초라한 결과다.공모 성적표는 더 암울했다. 기관 외면으로 몸값을 거듭 내렸다. 특히 하반기 롯데정보통신과 티웨이항공은 몸값을 대폭 조정해 상장사가 됐다. 대기업 계열사(롯데정보통신, 애경산업)와 성장성이 큰 곳(티웨이항공)은 생채기를 입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시장과 약속을 지키며 끝까지 완주하며 좋은 평판을 쌓았다.
반면 상반기 최대어 SK루브리컨츠는 공모 후 IPO를 철회했다. 수요예측 결과 기대 몸값이 요원하자 이전삼기 끝의 IPO를 다시 포기했다. 시장의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SK루브리컨츠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등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올해 랜드마크 딜로 주목받는 현대오일뱅크 IPO는 시장과 약속을 지킨 3곳보다 SK루브리컨츠 딜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현대오일뱅크도 2011년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치자 이미 한 차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또 기관 시각이 보수적인 정유업이란 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일부에선 SK루브리컨츠의 포기 선언으로, 대형 공모주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완주하지 않을 것이란 다소 급한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 특성상 밸류에이션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극단적 결정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었다.
다행히 주관사단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는 어정쩡한 입장보다 증시입성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불확실성에도 연초 세웠던 상장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기대치 역시 이미 시장 눈높이에 맞게 조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 역대급 실적을 밸류에이션으로 최대한 인정받고 조달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가격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시장 평가의 무게는 더 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은 자존심을 버리고 시장과 신뢰 쌓기를 택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대기업 프리미엄, 업종 매력도보다 '가격 메리트'에 성패가 갈리고 있다. 시장 평가 이상의 몸값 욕심은 곧 포기를 의미한다. 약속한 IPO 완주에 방점이 찍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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